우리말로 '역시나, 과연'에 해당하는 일본어 단어 さすがに(사스가니)는 '그렇게'에 해당하는 옛말의 어근 '사(さ)'와 '하다'라는 동사 스루(する)의 어간인 스(す), 그리고 조사에 해당하는 가(が)와 니(に)가 합쳐져서 '그렇게 할 것이 예상되었던 것처럼'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 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단어를 한자로 표현하면 流石に라고 주로 쓰는데 다수의 일본어 사이트에서는 어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때는 서기 3세기, 서진(西晉)에서는 노장사상이라든지 청담사상으로 대표되는 세속에서 벗어난 풍류와 은거의 생활을 좇는 사상이 유행하고 있었다. 손초(孫楚)라는 사람도 이 사상에 감화된 나머지 자연을 벗삼아 은둔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재능이 아까웠던 손초의 친구인 왕제(王濟)는 벼슬을 하는 것이 어떤가 권할 요량으로 그를 찾았다. 이때 손초는 자연 속에서 때묻지 않게 살 것이라는 자신의 뜻을 담아 당연히 침석수류(枕石漱流) ㅡ 돌을 베개 삼고, 흐르는 물에 이닦는다. ㅡ 해야 할 것이라고 말을 했는데, 아뿔싸, 말실수를 해서 수석침류(漱石枕流)라고 잘못 말해버렸다.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이를 닦는다?


그런데 단순히 '앗, 내가 잘못 말했네 그려. 수석침류가 아니라 침석수류라네.'라고 정정하면 될 것을, 자존심 높은 손초는 자기가 했던 말을 결코 주워담지 않았다. 그는 왕제의 어리둥절함에 대해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것은 귀를 닦기 위해서, 즉 세상의 추악한 것들을 씻어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돌로 이를 닦는다는 것은 이를 갈고 닦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라고 응수하였다. 이 고사로부터 수석침류라는 사자성어가 생겨났는데, 남에게 지기 싫어하여 고집을 부리거나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끝까지 말도 안되는 논리로 억지를 부리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 고사에서 흐르다 류(流)와 돌 석(石)을 따와 流石이라고 붙여 놓고 이를 さすが(사스가)라고 읽으면, 대화의 맥락에서는 '흐르는 물과 돌이로구만!'의 의미가 '그거 참 변명한 번 과연 기막히게 잘 했구만!'의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流石!'는 '과연 그렇게 되는 것이군!'의 의미로 전용되었다는 것이 웹사이트의 설명이었다. 물론 이런 설명은 억지가 강하다. 일본어에는 소위 아테지(当て字)라고 해서 전혀 어원상 맞지 않는 한자를 빌려와서 단어를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초밥을 말하는 すし(寿司, 스시)가 있다. 목숨 수(壽)와 맡다 사(司)는 초밥이라는 음식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나 생선 젓을 의미하는 한자 鮨 또는 鮓의 훈독인 すし를 그냥 다른 한자 寿司에 끼워맞춘 것에 불과하다. 아마도 さすが(流石, 사스가) 역시 아테지로서 마찬가지 별 의미가 없이 발음 한자만 끼워맞췄으나 그럴 듯한 어원을 이처럼 지어냈던 것일테다.


하나 더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 살던 한 젊은이가 자신의 이름인 긴노스케(金之助) 대신 앞에 소개한 사자성어 '수석침류'의 앞 두글자인 수석(漱石)을 호로 삼아 이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과 같은 주옥같은 소설로 일본 문학의 기초를 닦은 저 유명한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이다.



참고로 위에 공유한 뮤직비디오인 AOA의 'Good Luck(굿럭)'에는 래퍼의 랩 중 さすが(사스가)가 등장한다. 다만, 국내 가요 가사에는 방송사 심의 규정상 일본어를 대놓고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이 곡의 공식 가사에는 さすが(사스가) 대신 South god 이라고 해 놓았다: 그래 너는 왕자님 prince, 미안한데 아가 나는 south god queen.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