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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오늘 바우젠(Vauzen)이라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전해수기라는 제품을 알려주면서 이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지를 묻길래 이건 또 무슨 호구 돈 뜯어내는 기계인가 살펴보았다. 최근 TV에서 간접광고의 형식으로 나와서 구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는데...
이 기계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가습기같이 생긴 이 기계는 말 그대로 전해(電解, electrolysis), 즉 전기 분해를 하는 장치이다. 소금을 녹인 수돗물을 용기에 넣고 전원을 연결하면 전기 분해가 시작된다. 모든 이들이 알다시피 물은 전기 분해되어 +극에서는 산소 기체를, -극에서는 수소 기체를 발생시키지만, 염화소듐(NaCl, sodium chloride)가 물에 녹아있다면 수산화 이온(OH-, hydroxide)보다는 염화 이온(Cl-, chloride)이 더 잘 산화되기 때문에 +극에서는 더이상 산소가 아닌 황록색의 불쾌한 냄새를 내는 염소 기체가 발생한다. 그 결과 물에는 전기 분해되지 않은 소듐 이온(Na+, sodium ion)과 수산화 이온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묽은 NaOH 용액으로 변하게 된다. 쉽게 표현하면, 묽은 양잿물이 된다.
그런데 +극에서 발생한 염소 기체는 물과 반응하여 그 즉시 물에 용해된 상태로 있게 된다. 이것의 이름은 하이포아염소산(HClO, hypochlorous acid). 그런데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이것의 정체를 익히 들어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수돗물과 수영장 물을 소독할 때 사용되는 물질이 이 하이포아염소산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이포아염소산이 내놓는 이온인 하이포아염화 이온(ClO-, hypochlrite)이 살균에 극히 뛰어나기 때문.
그렇다면 전해수기를 이용하여 소금물을 전기 분해시키면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소듐 이온, 수산화 이온, 하이포아염화 이온에 충만한 수용액이며, 이는 쉽게 말하자면 하이포아염화소듐 (NaClO, sodium hypochlorite) 수용액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하이포아염화소듐 수용액은 우리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질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락스이다.
집에 락스가 있다면 뒤의 성분표를 확인해보라. 반드시 하이포아염소산 혹은 차아염소산 나트륨의 알칼리 용액이라고 쓰여 있을 것이다. 락스가 애초에 NaClO 수용액이기 때문에... 따라서 전해수기로 NaClO를 자가 생산하는 것보다는 마트에서 유한락스를 사서 수돗물에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이 더 간편하고 확실하다. 실제로 유한락스는 원액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따라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희석하여 쓰는 것으로 대략 2~300배 정도 묽혀서 쓰면 적당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비교해보자. 시중에 30만원 정도로 유통되는 기계를 사서 전기와 시간을 소모하면서 수 L의 물을 순차적으로 NaClO 수용액으로 만들 것인가, 율곡 이이 선생 지폐 한 장이면 수 L 를 살 수 있는 락스를 구매해서 원할 때 즉시 NaClO 수용액을 만들어서 쓸 것인가. 답은 너무나도 명확하여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 하나. 염소 기체가 물과 반응하여 내놓는 하이포아염소산은 발생 직후 바로 물에 녹긴 하지만, 맹렬하게 뽀글뽀글 발생하는 염소 기체가 나오자마자 물과 반응하여 다 녹는 것은 아닐텐데, 도대체 이 기계는 발생하는 염소 기체를 어떻게 제어 및 관리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설마 염소 기체가 기계 밖으로 스멀스멀 새어 나가는 것은 아니겠지... 참고로 염소 기체는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리츠 하버(Fritz Haber)의 주도 하에 개발된 인류 역사상 최초의 독가스 화학 무기로 여겨진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