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동안 가장 큰 애착과 열의를 가지고 진행했던 연구인 그래핀 뚫는(perforation) 연구 논문이 드디어 게재 승인되었다. 생일에 수정하여 투고한 논문이 추가 수정 없이 게재될 것이 결정된 것이다. 공동 연구를 진행했던 분이 이른 오후에 카카오톡 메시지로 게재 승인 결과를 바로 알려주셨는데 사이트에서 확인해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Revisions and Resubmissions Received by Editorial Office'이었는데 오늘 보니 'Accepted Manuscripts'로 옮겨졌다. 드디어 이 일이 마무리되었다.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된 이 연구. 거의 2년간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죽자 사자 덤벼들었다. 한동안 난관에 빠져서 누물 지은 적도 있었는데, 우연히 눈여겨 본 파일 바인더에서 힌트를 얻어 실험 방식을 개량했던 것이 그대로 먹혀들어 일사천리로 일이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너무나도 기뻤던 내가 2013년 늦겨울부터 봄까지 실험실에서 하루 걸러 밤 새며 실험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이 일을 뜻깊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우연한 발견'과 '기발한 착상', 그리고 '착실한 계획'이 적절하게 녹아들어간, 그래서 남들에게 할 이야기가 많은 재미있는 연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보다 연구 이후의 일이 내겐 큰 상처였다. 더디게 진행되는 논문 작성과 투고 과정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처음에 이 논문은 Science와 Nature 자매지에 투고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논문이 좀더 일찍 투고되었다면 Nature Communications까지는 어떻게 비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교수님 표현대로 이 논문은 구천을 헤매고 돌아다녔고 최종적으로는 미국 화학회의 재료화학 전문 저널인 Chemistry of Materials에 실리게 되었다. 원래 교수님과 나의 목표는 Advanced Materials였는데 이 저널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게재가 승인된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이 일을 신호탄으로 해서 다음 일의 논문 작업도 어서 진행해야겠다. 고속도로에서 꽉 막혀 있던 부분이 일거에 뚫린 기분이 든다. 어서 속도를 내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