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여행을 앞두고, 일전에 산 짐벌이 포함된 핸드헬드 카메라를 아버지에게 소개시켜드렸다. 정말 오랜만에 '캠코더'를 손에 쥔 아버지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화질과 성능에 감탄을 연발하셨고, 나는 어떻게 조작하는 것인지 간단히 말씀드렸다. 짐벌이 있는 제품을 처음 써 보시는 아버지의 첫 촬영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지만 역시 옛 실력 어디 안 가는지 이내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그리고 기왕 카메라를 경험시켜드리면서 동시에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간단한 소프트웨어도 소개시켜 드렸다. 핸드폰 동영상을 KineMaster로 편집할 수 있다는 걸 아시는 아버지에게 ㅡ 아니 그걸 어떻게 알고 계셨대? ㅡ 이런 영상은 응당 데스크탑에서 편집해야한다고 역설하면서 윈도 11에 자체적으로 깔려 있는 Clipchamp를 소개시켜드렸다. 처음에는 인터페이스와 각종 단축키를 모르시니 헤매고 계셨다. 게다가 아버지의 마우스 및 키보드 조작 속도는 굼뜨고 오류투성이라서 나의 신경질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몇 가지 조작법과 지침을 전달해드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낮잠을 거하게 주무신 아버지는 일어나신 뒤 영상 편집에 여념이 없으셨다. 가끔 막히는 것이 있으면 나를 부르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아들은 툴툴대며 이것저것 알려드렸다. 그리고 밤 10시가 다 되어서 3분짜리 영상이 만들어졌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나이 66세의 어르신이 몇 분 설명 듣고 시작한 일 치고는 이 정도면 아주 준수한 편이었다. 아니 그 나이에 이런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일반적이지 않지! 내심 많이 놀랐고, 또 중간중간 친절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이 미안했고, 또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지금까지 학생들이나 동료들에게 몇 가지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조작법 등을 가르쳐 준 적은 있지만 어제만큼 보람과 감동을 느낀 적은 또 없었다. 역시 우리 아버지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과거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가르치며 '역시 날 닮아 잘 하는군!' 했지만, 이제는 아들이 아버지를 가르치며 '역시 날 닮아 잘 하시는군!'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부자의 관계는 역전되어 아버지는 아들 같아지고, 아들은 아버지 같아지는 것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는 갓난아기처런 되겠지 ㅡ 그 전까지 이런 새로운 세계를 좀 많이 접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해 드려야겠다. 아무튼 아버지에게는 좋은 장난감과 취미 생활이 생기지 않았나 싶은데, 아버지 댁 컴퓨터를 영상 편집이 가능한 수준의 성능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새로 놓아드려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