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의 첫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앞으로 며칠간 계속 비가 내릴 거란다. 마침 국민안전처에서도 호우경보라며 친절히 ㅡ 아, 그 휴대폰 진동만큼은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만 ㅡ 폭우의 위험을 일러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비가 쏟아진다. 예견된, 그러나 언제나 호들갑스럽게 갑자기 맞이한 비 때문에 도로 교통은 마비가 되었고, 그 막힌 길을 겨우 뚫고 들어온 집의 실내 습도는 오르고 올라 집안을 수영장으로 만들 것만 같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비는 좀 멎어지는가 싶었지만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지난 몇 주간 비다운 비를 만나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대지를 온전하게 적시는 천상의 물을 맞이한다. 지난 달 여러가지 일들로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마른 땅이 해갈을 맞이하듯 그 모든 일이 말끔히 해소되었다. 기분이 좋다. 한 며칠간은 이렇게 빗속에서 지내도 즐거울 것같다. 오직 한가지 아쉬운 것은, 새로 산 한복을 입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