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미니애폴리스에서 개최되는 미국화학공학회(American Institute of Chemical Engineers, AIChE)의 참석을 위해 발표 초록(abstract)을 작성하고 있는데 실험실에서 두 가지 주제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니 초록을 두 개 작성해서 내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간단하게 작문을 해 보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하던 일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일에 대한 초록을 쓰는 것이다보니, 예전 그래핀 관련 일로 발표 초록을 작성하던 때보다 생각보다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론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 것이다. 처음 초록을 작성한 뒤부터는 비슷한 연구 주제 발표 초록은 Ctrl + C, Ctrl + V, 그리고 약간의 paraphrase를 거쳐 손쉽게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일전에 스핀코터 기기 사용 설명서(standard operating procedure, SOP)를 작성해서 교수님에게 보내드렸더니 영어 문법 관련 오류가 좀 있다면서 원어민에게 교정을 받아보라고 하셨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교수님에게 보내기 전에 이번 학기 학부생 연구 참여로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학부생 친구 ― 물론 그 친구가 지난 SOP 교정도 흔쾌히 해 주었었다. ― 에게 커피를 사 주면서 교정을 부탁했다. 그리고 어제 교정본을 받아봤는데...


내 영작문의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많이 지적되는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관사
  2. 단/복수

예전에 많이 지적된 전치사의 경우 구글 검색을 통해 어느정도 해소한 반면, a/the의 용법 및 일반 혹은 개념 명사를 지칭할 때 단수를 쓰는 것이 나은지 복수를 쓰는 것이 나은지는 여전히 헛갈린다. 학부생 친구가 보내준 워드 파일에는 수정한 내용마다 친절히 노트가 달려있었는데 대부분 'article', 'no article', 'plural' 등이었다. 세상에, 관사나 단/복수는 영문법 시간이 아주 코웃음 치며 쉽게 넘어가는 부분인데 이렇게나 여전히 헤매고 있으니 원.


그런데 생각해보면 관사, 단/복수는 한국어에는 없는 문법이니 도저히 언어 감각상 익숙해질 수가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 다양한 원어민의 글들을 읽고 소화하면서 어떤 경우에 a를 쓰고, 어떤 경우엔 the를 쓰며, 어떤 경우에는 관사 없이 복수 명사로 쓰는지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머리와 혀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여기에 왜 the 를 쓰는지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렇게 쓰는 게 자연스럽고 더 맞아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원어민들에게 '거기에 왜 the를 써야 해?'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나오는 대답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느 세월에 내가 이런 언어 감각을 익힐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난 틀렸어... 왜 뒤늦게 배운 스페인어의 부정관사/정관사 용법 구분보다 더 어렿게 느껴지는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알리 만무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