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렇게 더운 것이 오늘의 날씨 때문이라는 것을 어제 미리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 아침 8시 반쯤 경전철을 타려고 집 문을 나섰을 때 바깥 공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굉장히 높은 습도, 머리 위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천둥소리, 그리고 하늘에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듯 빵빵 터지는 번개...


워싱턴 가(Washington Avenue)에 들어서자 굉장히 희한한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는데 하늘은 뻑뻑한 구름층과 성긴 구름층으로 나뉜 듯 했다. 처음에는 어두운 뻑뻑한 구름층이 위에, 성긴 구름층이 아래에 있는 줄 알았는데 좀 더 자세히 보니 고도상으로는 뻑뻑한 구름층이 성긴 구름층보다 한참 낮은 곳에서 시내를 뒤덮고 있는 것이었다. 그 뻑뻑한 구름층은 수증기가 공기 중에 풀려 나가는 듯한 형태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몰아치면서 성긴 구름층을 침범하고 있었다.


East Bank 경전철 역에 도착해서 교통카드를 갖다대자 역 내 스피커에서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으니 대피소를 찾으라고. 뭔가 오긴 오나보다 싶어서 눈길을 돌리는데 이내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굉장한 바람이 불면서 이 빗줄기는 지면에 거의 45도 각도 이하로 대지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자 물방울이 아닌 것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거의 내 엄지손톱만한 우박 ― 태어나서 그렇게 큰 우박은 처음 봤다. ― 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아침 조깅을 즐기던 사람들이 머리를 가리고 급히 처마가 있는 곳으로 대피하였고, 저편에서 경전철 역으로 느긋하게 걸어오던 한 사람은 삽시간에 쏟아진 비바람과 우박에 그만 온 몸이 젖고 말았다. 그야말로 지구 최후의 날을 보는 것 같은 진풍경이었다. 얼마 안 있어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왔는데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도 열차를 세게 때리는 빗방울과 우박 때문에 굉장히 놀란 모양이었다.


Government Plaza 역에서 내릴 때쯤엔 다행히 우박은 내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굵은 빗줄기가 성나게 흩뿌려지고 있었다. 평소 오전 9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둑어둑했던 이 날 아침, 시청과 몇몇 교회에서 9시 정각을 기해 때리는 종소리가 굉장히 음산하게 미니애폴리스 시내를 진동시켰다. 바지 밑단은 전부 젖은 채 교회에 들어서서 먼저 와 있던 교인들에게 나도 모르게 다음과 같이 외쳤다.


"Oh, I think the Lord is coming! (어, 제 생각엔 우리 주님이 오시나봐요!)"


굉장히 충격적인 아침 날씨였다. 폭설이 내리던 모습만큼이나 잊지 못할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