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선물받았던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Homo Deus)'라는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이 두꺼운 종이책을 들고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카페에서 읽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가방에 넣으면 무겁기도 할뿐더러 손에 쥐고 읽으려면 자유도가 한 67% 정도 감소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하면 좀 더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사실 핸드폰으로 책을 읽을 수 있긴 하다. 온갖 기사를 핸드폰으로 탐독하는 이때에 책이라고 별 다를 게 있더냐! 실제로 내 핸드폰에는 Amazon Kindle 앱이 설치되어 있고, 최근에는 전자책 업체 리디북스(Ridibooks)의 앱도 역시 설치가 되어 있다. 내가 현재 사용하는 핸드폰이 6.4인치 정도 크기의 갤럭시 노트9인지라 핸드폰으로 책을 읽을 때 활자가 작다든지 혹은 한 페이지에 담기는 내용이 적다든지 하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핸드폰이 좋긴 해도 단점이 있었으니 우선 첫번째는 스크린 번인(screen burn-in) 현상이었다. 내 노트9은 키보드가 가려지지 않는 부분의 화면이 이미 아주 연한 분홍빛으로 변색되어 있다. 하도 키보드를 열어놓고 글을 쓰느라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배경 흰 화면을 밝히느라 고생한 LED 청색 소자가 맛이 간 모양이다. 증상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 전체에 흰색 화면을 띄워 놓으면 38선으로 그어진 마냥 중간 경계가 존재하고, 선 아래는 깔끔한 하얀색, 그리고 그 위는 약간 불그스레하게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을 작년 겨울에 처음 발견했다. 처음엔 화면이 고장났나 생각해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이게 AMOLED 구동 방식에서는 절대 피할 수 없는 스크린 번인현상이란다. 스마트폰을 오래 켜 둠으로 인해 디스플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스크린 번인현상을 고려한다면, 디스플레이 수명연한이 조금 긴 전자기기를 따로 사서 핸드폰 디스플레이가 겪는 부담을 조금 나누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째는 ㅡ 어쩌면 이게 더 중요한데, ㅡ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보다 보면 중간에 메시지가 날아온다든지 전화가 온다든지, 혹은 책을 읽다가 궁금해지는 게 생겨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다른 기사를 보고, 영상을 보고... 하는 식으로 방해를 받기 일쑤라는 점이다. 이것 때문에 제대로 몇 페이지를 끈기 있게 읽기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은 지난 주 오랜만에 Kindle 앱을 통해 'Glorious Companion'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였다. 2페이지 정도 읽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에 대한 블로그를 열심히 탐독 중인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전자책만을 위한 단말기, 곧 이북리더기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리디북스에서 나온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그리고 한국이퍼브에서 출시한 크레마 시리즈가 있는데, 전자는 전자책의 애플같은 느낌으로 다소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반면, 후자는 안드로이드의 느낌으로 다른 서점이나 전자책 앱도 내려받아서 같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였다. 나는 후자의 방식을 더 선호했으므로 크레마 시리즈의 최신작인 크레마 카르타 G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구매 옵션을 보니 다른 책들과 함께 세트로 묶어서 살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심드렁하게 스크롤을 내리다가 갑자기 발견한 대박 아이템! 내가 최근에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책을 읽느라 '열린책들'이라는 출판사에서 발간한 세계문학 책들을 사서 읽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들이 크기도 적당한데 두껍고 또 약간 비싸다는 흠이 있었다. 당장 '죄와 벌', '안나 까레니나', '백치'를 사는데 10만원 이상은 족히 들고도 남았다. 이처럼 종이책은 가격이 조금 나가기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세계문학 전집 190권이 전체 2백만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 전집을 전자책 단말기와 함께 사면 13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 놀라운 가격을 알게된 나는 바로 크레마 카르타 G +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190권) 구매를 강행했다.


어제 전자책단말기가 도착했는데 빼어난 만듦새와 독서의 편리함에 감탄하게 되었다! 당장 190권에 해당하는 전집을 무선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았고, 리디북스와 Kindle 앱을 다운로드 받아 거기에 내려받았던 책들도 일부 받았다. 어제 오늘 기숙사와 연구원을 오가는 길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전자책단말기로 읽어보았는데 참 좋았다. 앞으로 잘 활용해서 올해는 두 달에 소설 평균 둘 혹은 셋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