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오늘까지 주말동안 부모님과 동생 가족, 이모부와 두 이종사촌 가족들이 익산에 내려왔다. 어느새 부쩍 큰 3촌 조카와 5촌 조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주말을 즐기기 시작했고, 그 덕(?)에 양일 간 아주 집안이 조용할 틈이 없었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여기저기서 소리치는 조카들의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아주 분주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친지들이 내려오기 전에 조 박사님으로부터 싸게 인수받은 소파를 거실에 설치해 둘 수 있었는데, 조카들이 그 소파를 놀이터처럼 잘 사용해서, 그리고 아버지와 이모부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어서 그랬는지 빨리 들여놓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미취학 아동이 4명이고 내 집이 비교적 넓다고 해도 나를 포함한 14명이 모두 내 집에서 잠을 자기엔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인지라 어른들은 저녁 식사 이시내에 있는 웨스턴 라이프 호텔을 잡아 숙박을 할 수 있게 해 드렸다. 어른들을 호텔에 보내드리고,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곤히 잠들게 만든 뒤 겨우 놀 시간을 만든 30대의 어른들은 맥주와 하이볼을 들이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밤을 보냈다. 2시경이 되자 다들 이제는 버틸 힘이 없어서 각자의 잠자리로 들어가 잠을 청했는데 다행히도 중간에 아이들이 깨거나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이틀 동안 먹거리 문제는 별로 없었다. 첫날 점심에는 팔봉동에 있는 해물칼국수 집에서 아주 배불리 먹었고, 저녁은 집에서 피자와 치킨을 주문한 뒤 아이들을 위해 파스타를 내가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금마에 있는 오늘제빵소에 가서 커피와 빵을 한차례 흡입했고, 점심을 먹기 위해 팔봉동에 있는 왕중왕 손짜장 집에 들러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먹었다 ㅡ 생각해보니 여전히 팔봉동과 금마가 대접의 핵심 지역이었구나. 다들 만족해하며 잘 먹었는데 특히 아이들의 먹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집에 와서도 애들은 과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딸기가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깜짝 놀랐다. 다음에 익산에 다들 또 오면 그 때는 계절에 맞는 다른 음식점을 안내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이들은 이미 7시부터 일어나 어른들을 깨웠기 때문에 전날 늦게 잔 부모들은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 잘 알기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애들이 즐거워하는 데 어쩌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종사촌 가족들에게 안전 운전을 기원하며 인사를 하고, 나는 부모님과 동생 가족을 열차 출발 시간에 맞추어 익산역에 데려다 주었다. 퍽 피곤했는지 다들 열차에 앉기만 하면 잘 기세였는데, 이미 조카 희준이는 뒷자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렇게 13명의 손님들이 떠나고 난 집.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워 잘까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장 이틀 간 사용한 수건과 몇몇 옷가지 빨래를 돌리고, 이틀 간 발생한 모든 쓰레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청소기로 바닥을 한 번 다 쓸고 물걸레로 바닥을 다시 한 번 닦아내었다. 오랜만에 베란다 물청소도 해서 싹 비워냈다. 그래도 네 명의 어머니(!)들이 떠나기 전에 여기저기 자신들의 방식대로 집을 정리해주어 내가 손써야 할 부분이 굉장히 적어진 편이었으니 그들의 손길이 무척 고마울 뿐이었다.


어제 먹고 남은 코다리회무침과 밥솥에 남은 밥 약간을 더해서 다른 반찬과 함께 저녁을 먹고 정리하면 폭풍같았던 주말도 이제 잘 마무리된다. 이번 주는 여기저기 왔다갔다 할 일이 정말 많은데, 오늘 푹 쉬고 또 다가올 한 주를 잘 맞이해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