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주식에 이어 암호화폐까지 난리가 났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실물경제 위기 속에서 각종 자산들의 값어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실체조차 없는 가상통화마저 최고수준의 가격을 경신하기에 이르렀으니 요즘은 옆에서 돈이 돈을 낳고,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입맛만 다시며 지켜보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예전부터 이걸 몰랐느냐 하면 또 그것은 아니지만 증권거래소에서 죽치고 앉아있으면서 거래 시점을 저울질해야 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핸드폰으로 누구나가 손쉽게 이런 흐름을 탈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보다 더 가시화(可視化)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나는 아직 선비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인지라 투자라는 것은 개인이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해내거나(=재화의 생산) 혹은 그 가치를 맛볼 수 있게끔 전달해주는(=서비스) 직업이 아닌 남의 가치를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다소 낮게 평가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 역시 투자의 업(業)이 굉장한 부를 일으키는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요즘같은 시대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멍청한 것이라고 일갈하는 아버지의 말씀을 쓰게 삼켜 소화시키고 있기는 하다. 보증금을 납부하려고 주식계좌에서 돈을 모두 빼 놓았는데, 현재는 다시 여윳돈을 집어넣고 몇몇 기업의 주식을 산 상태이긴 하다. 덕분에 요즘 오히려 아버지와의 대화 주제가 하나 더 늘었는데, 예전에는 정치 얘기가 주로 오가던 카톡방에 온갖 주식 종목들 얘기가 (물론 아버지로부터 일방적으로) 메시지로 점점 자주 전달되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건 벼락부자라는 말보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더 횡행하는 요즘,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 다름아닌 성실(誠實)한 노동(勞動)이라는 점이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더니 요즘은 그 전통적인 '일'에서 벗어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잘 먹고 다닌다. 그것도 일이라면 일이기에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면 우리 인간은 왜 일해야 하며 왜 형이상학적인 목표를 지향하며 살아야겠는가 하는 물음이 사람들 사이에서 싹트지 않을까. 노동을 통해 생산을 해내고 그것을 재생산을 위한 투자로 활용하라는 것은 성서에도 등장하는, 고대로부터 인류 사회가 철칙으로 지켜온 인생의 메커니즘이었다. 그런데 급격하게 확장되는 자산의 가격을 통해 남의 생산을 이처럼 손쉽게 가로챌 수 있다면 누가 땀을 흘리겠는가? 누가 꿈을 꾸겠는가? 누가 이상을 가지겠는가? 그러니 언제부턴가 그런 시대가 되었다 ㅡ 사람들의 꿈이나 이상, 야망마저도 화폐로 환산되어 크고 작음이 계량되는 시대 말이다. 그리고 그런 시대가 되고 있다 ㅡ 사람들의 꿈이나 이상, 야망이 환산될 필요가 없는 돈의 액수 그 자체로 표현되는 시대 말이다.


아, 그런데 이건 너무 상아탑에 갇혀서 현대 금융 사회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선비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인 듯 싶다. 뭐 그래도 나 정도면 상아탑에 갇힌 선비가 맞으니까 이렇게 얘기한들 아니꼬워 한 두마디는 누군가가 내게 더 붙일지언정 왈가왈부하지는 못하리.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