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저널에 투고하면 으레 동료 평가(peer-review)를 거치게 된다. 최대 4명의 심사자에게 보내진 논문의 초안은 철저하게 평가 및 검증되어 편집장(editor)에게 전달되는데, 편집장은 이 결과서를 기반으로 논문을 통과시킬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결정한다.


올해 초에 투고했던 논문은 대폭 수정(major revision)을 요구받았지만, 이 정도는 10년전의 일부 수정(minor revision)과 거의 같은 것이다. 과거에 대폭 수정을 요구받았을 논문 초안들이 요즘은 아예 거절(reject) 후 재투고(resubmission)를 요구받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편집장의 긍정적인 어투와 4명의 심사자들이 올린 평가 의견을 보니 무난하게 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심기를 거스르게 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동료 평가 결과서에는 여러 심사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실리는데, '이러이러한 논문이 인용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투고했던 초안에 포함되지 않은 주요 논문들이 언급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개 우리가 논문을 쓸 때 미처 확인하지 못한, 해당 분야의 중요한 연구 논문들이 인용되지 않은 경우 심사자들이 이런 의견을 내곤 한다. 이런 의견을 받은 경우 우리는 대개 심사자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언급된 논문들을 확인하고 적절한 곳에 인용부호를 삽입한 뒤 참고 문헌 목록에 해당 논문을 올리는 편집을 진행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심사자는 너무 심했다. 무려 6개의 논문을 언급하는데 모두 다 같은 한 분야에 관한 연구 논문들이었다. 그리고 저자를 보았더니, 그 6개의 논문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이름이 딱 하나 있었다. 쑹(Song) 교수인데, 너무 노골적으로 자기가 대학원생 시절 1저자로 쓴 논문부터 최근에 호주의 한 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 교신 저자로 참여한 논문까지, 그 6편이 모두 자기가 포함된 논문이었다. 딱 봐도 1번 심사자가 쑹 교수님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바.


심사자의 좋은 의견은 논문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굉장한 도움을 주지만, 이런 의견은 논문 다듬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옛다, 받아 먹어라'하는 느낌으로 저 6편을 참고 문헌에 실으면 그만이겠지만, 이건 너무 염치가 없는 행동이다. 내 지도교수님의 모토가 '쪽팔리지 않게 살자'였는데, 정말 정확하게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 삶을 사는 심사자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