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나와 다른 사람]
Date 2010.09.20


처음에는 나와 다른 직업, 성격, 취향을 가진 사람이 '서로를 보완해 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연 중에 이국적이라는 말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함의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른 것은 충분히 흥미로운 것이고 뭔가 내가 다스리지 못하는 영역을 자유롭게 통솔하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끌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건 정말 일시적인 것 같다. 요즘 두렵지만 그래도 통감하면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인데, '다름'에서 오는 충격과 거기서 비롯된 이끌림은 정말 짧은 시간 동안에만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같음'에서 오는 안정감과 유대감을 찾지 못한다면 어느새 서로가 서로를 소비하고 끝나 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이든지 오래 가기 위해서는 서로 잘 맞아야 하는 법이고 그건 비슷함에서 연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걸 다 고려하면서 사람을 만나야 하나 하는 불평도 있다. 어차피 모두가 다 나와 삶을 깊이 나누는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 치부와 온갖 멍청함을 다 알면서도 허물 없이 지내는 친구가 있지만 그 친구의 영역이 반드시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생각해보면 이 영역이 동질감 및 이질감의 경계와 일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서로 비슷하다고 해서, 아니면 서로 다르다고 해서 만나 친해진 게 아니었다. 물론 같은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같은 학교, 아니 같은 반이었다 해도 이야기 단 한 마디도 안 한 채 졸업으로 헤어진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느새 그 다름과 같음의 자를 자꾸 꺼내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다보니 이거 정말 안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건 원래 내 본래의 삶의 방식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굳이 친구라는 영역에 계층을 둘 필요가 없는데 무엇하러 거리를 재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 물론 거리를 재서 일촌, 이촌, 삼촌, 사촌 ㅡ  싸이월드가 그렇게 하듯이 ㅡ 으로 분류하면 편하기는 할 테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게 아닐텐데 나 혼자 그렇게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쓸데 없는 관계 지정 및 분류에 신경을 몰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새삼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런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어쩌면 내가 가까이 하고 싶었던 사람이 생각과는 달리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쓰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에 다름과 같음의 자가 수시로 등장하더니 어느새 그게 삶의 기준으로 가장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 사실 나와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걸. 모두가 너무나도 다르고 비슷한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ㅡ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야말로 사이비(似而非)이다. 모두가 다 소중하고 내게 의미 있는 사람인 것을. 또 달리 생각해보니 내가 어떤 사람에게 '특별히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욕심이 내 한켠에 자리잡아서 이런 양태를 나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휴, 이런 복잡하게 꼬인 말도 안 되는 잣대는 모두 갖다 버려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