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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US News & World Report 에서 발표한 대학 평가 및 순위 리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올해부터는 미국 내 대학뿐 아니라 전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작한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모교인 서울대학교(119위)와 현재 몸담고 있는 미네소타 대학(38위)을 비교해봤는데 그토록 많은 교수님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시는 국내 연구의 문제점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global research reputation (국제 연구 평판) 점수에서는 서울대힉교(37위)가 미네소타 대학(50위)보다 높다. 사실 다른 대학 평가 기관의 지표에서도 알 수 있지만 peer-review에서 많은 국내외학자들도 서울대학교의 연구력을 (예상 외로) 높게 쳐 준다. 또한 논문의 출판 수 역시 서울대학교(18위)가 미네소타 대학(21위)보다 더 높은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평판과 양보다는 실질적인 영향력, 품질이다.
normalized citation impact (정규화 인용 지수) 항목은 출판된 논문이 얼마나 많이 다른 논문에 인용되었는지 알려주는 지표인데 대체로 학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논문일수록 인용이 많이 되는 편이다. 이 항목에서 서울대학교(682위)는 미네소타 대학(128위)에 한참 못 미친다. 이 말은 서울대학교에서는 논문은 꽤 많이 출판하는데 그 중에 다른 논문들에 인용될만한 '좋은 논문'의 수는 별로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두 대학 모두 종합대학이므로 인문계, 이공계 모두 포함된 자료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출판한 논문들 중 전세계에서 인용 횟수로 상위 10% 및 1% 안에 드는 논문의 비율은 서울대학교(753위, 597위)가 미네소타 대학(94위, 133위)로 역시 많이 뒤떨어져 있다. 이 역시 서울대학교에서 발표하는 논문들 중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논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대학교와 비슷한 순위인 매사추세츠 대학 애머스트(117위)의 내용을 봐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이 대학의 global research reputation과 출판 논문 수는 각각 109위, 271위로 서울대학교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그러나 normalized citation impact와 상위 10% 및 1% 안에 드는 논문 비율은 각각 162위, 103위, 174위로 서울대보다 훨씬 앞선다. 논문의 출판 수는 훨씬 적어도 인용이 많이 되는 소위 '양보다 질'의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며 결과적으로는 학계에 더 기여를 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올해 한 인터뷰에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을 맡고 계신 김성근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우선 기초과학의 성과를 질(質)보다 양(量)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 과학계의 정량적 평가 시스템과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실패로 간주하는 풍토 때문에 젊은 연구자들이 남이 가지 않은 길보단 '성공이 예상되는 길'을 좇는다"
[이민석, 백수진. (10 Mar 2016). 모험하라, 서울대 자연대도 10년 밀어주겠다.조선일보 Retrieved from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10/2016031000083.html]
비록 우리 나라가 서구권 및 영어 중심의 세계 자연 과학 및 공학 세계에 편입된 역사가 짧기는 하지만 유례 없는 기록적인 경제 성장과 더불어 대한민국 연구의 수준 또한 이전에 비해 월등히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단순히 '우리에겐 충분히 발전할 만한 시간이 부족했다.'고 핑계를 대며 변화를 주저하기보다는 이제부터라도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의 경험을 거울 삼아서 연구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그 개선의 방식 및 지향하는 바가 일반 연구자들의 보편적인 생각과 경험, 그리고 습관과는 배치될 수 있을지라도 더 나은 연구 환경의 확립을 위해 우리 모두가 변혁에 동참해야 하리라고 믿는다. 비록 나는 어리고 행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할 수는 없지만, 앞서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많은 선배님들이 큰 기여를 해 주실 것이라고 믿으며 나 또한 그분들의 길에 동참하여 국내 연구 환경의 발전을 위해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