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한 음식점 이름이 바로 '생어거스틴'이었다. 분명히 한글 이름 밑에 Saint Augustin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면 Saint Augustine이 아닌 이상 이것은 프랑스어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원래대로 읽자면 이 음식점 이름은 '생토귀스탱'이 되어야한다. 하지만 음식점 간판과 브랜드 웹사이트는 당당히 자신을 '생어거스틴'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어 '생(Saint)'과 영어 '어거스틴(Augustine)'을 억지로 끼워붙여 만들었으니 'Saint Augustin'이라고 쓰고 '생어거스틴'이라고 읽는 괴리가 발생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언뜻 이해가 가는 것이 만약 음식점 이름이 '생토귀스탱'이라고 한다면 너무 낯설 것 같다. 반대로 '세인트어거스틴'이라고 하면 낯설지는 않은데 너무 긴데다가 평범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앞은 '생'으로 읽어 프랑스어가 가지는 고급지고 특출난 이미지를, 그리고 뒤는 '어거스틴'으로 읽어서 영어가 가지는 보편성을 담당하게끔 하는 기만을 부린 게 아닌가 싶다. 이 정도의 기만술을 부린 '네이밍'이면 꽤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음식점의 가장 큰 기만은, 바로 '생어거스틴'이라는 음식점에서는 태국 음식을 판다는 것이다! 세상에, 프랑스어와 영어를 뒤섞은 독법을 자랑하는 음식점이 태국 음식점이라니, 너무 생뚱맞지 않은가? 파리의 동명 거리에서 연원한 음식점 이름이라고 하니 뭐 그렇겠노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기회가 되면 다음에 이곳에 한 번 가 봐야겠다. 여담이지만, 음식점 내부에 똠얌꿍을 후루룩 들이키는 히포의 대주교가 수놓인 태피스트리가 있다면 꽤 재미있을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