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Nature에 발표된 논문 중 하나인데, 뒤늦게 읽었지만 내용이 무척 흥미롭고 시사하는 바가 커서 우선 페이스북에 공유해둔다 (Nature 2016, 531, 496.) 노팅햄 대학의 시몬 개히터(Simon Gächter) 경제학 교수와 예일 대학의 조너선 슐츠(Jonathan Schultz) 심리학 교수가 쓴 짤막한 Letter인데, 사회과학 논문이다. 논문의 제목은 <Intrinsic honesty and the prevalence of rule violations across societies>으로, 우리 말로 직역하면 「본질적인 정직성과 각 사회의 규율 위반의 성행」 정도로 할 수 있으려나. 좀 더 풀어 의역하자면 「개개인의 고유한 정직성과 사회 내에 만연한 규율 위반 사이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되겠다.

이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은 무척 간단했다. 피실험자는 전세계 23개국의 평균 21.7세 남녀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이들은 정치적인 사기 행위나 세금 탈루 혹은 부패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피실험자에게는 주사위 두 개가 주어지며 차례로 주사위를 굴린다. 이 때 피실험자는 첫번째 주사위의 눈을 말해야 하는데, 그 주사위의 눈에 해당하는 숫자를 곱한만큼의 상금을 받게 된다. 참고로 나라마다 구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기준 상금을 정했다고 한다.

자, 이제 개인의 정직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생각해보자. 아주 정직한 사람이라면 주사위의 각 눈이 나올 확률이 각각 1/6이므로, 예를 들여 600번 주사위를 굴렸다면 모든 숫자에 대해 모두 100번씩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부정직한 사람이라면 주사위의 눈이 어떻게 나오든지간에 6을 부르는 것이 가장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므로 6만 600번을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실험 기법에 한 가지 교묘한 장치가 숨어 있으니 바로 주사위를 두 번 굴리는 것이었다. 피실험자의 각 주사위 눈이 어떤 것인지 실험자는 전혀 모르기에 피실험자는 만일 두번째 주사위의 눈이 첫번째 주사위의 눈보다 높은 경우 높은 숫자를 불러 자신의 부정직성을 정당화(justification)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높은 숫자를 말하게 되는 경우가 낮은 숫자를 말하게 되는 횟수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

주사위 눈의 기대값은 (1+2+3+4+5+6)/6=3.5 이므로 주사위 눈이 1이 나왔을 때를 '본전'으로 생각한다면 정직한 피실험자들의 경우 2.5배의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부정직한 피실험자들의 경우 주사위 눈의 기대값과는 무관하게 모두 6을 불러댈테니 5배의 이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당화된 부정직성'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을 때의 기대값은 3.47배로 나타났다.

한편 각 나라에는 PRV(prevalence of rule violation) 지수가 매겨져 있는데, 이는 정치 사기, 탈세, 그리고 부패지수와 연동되어 있다. 따라서 영국이나 스웨덴, 독일같은 나라들은 사회의 정직성이 높으므로 PRV 지수가 낮은 편이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터키는 중간 정도이며 조지아, 탄자니아, 과테말라는 PRV 지수가 높은 편이다 (즉 사회 정직성이 매우 낮다). 과연 피실험자들의 기대값과 피실험자들이 속한 국가의 PRV 지수 사이에는 관계가 있을까? 실험 결과 '매우 그렇다'였다.

PRV 지수가 낮은, 즉 사회적으로 규율 위반이 적은 국가의 피실험자들의 평균 기대값은 3.17배였다. 반면 PRV 지수가 높은, 즉 사회적으로 규율 위반이 높은 국가의 피실험자들의 평균 기대값은 3.53배로 '정당화된 부정직성'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을 때의 기대값인 3.47배보다도 높았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규율 위반이 높은 나라의 국민일수록 부정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나라 피실험자들의 경우 주사위의 눈이 4, 5, 6이 나왔다고 말한 경우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았으며 ㅡ 참고로 주로 6만 나왔다고 얘기하는 사람의 비율은 모든 나라별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6을 말하기에는 스스로도 너무 뻥치는 것 같아서 무안해서 그런 것 아닌가 한다. ㅡ 100% 정직하게 대답한 피실험자의 비율은 현저하게 낮았다. 예를 들어 PRV 지수가 낮은 독일의 경우 전체 피실험자 중에서 완전 정직하게 대답한 비율이 85%를 넘는데, PRV 지수가 높은 탄자니아의 경우에는 10%도 채 되지 않았다. 즉 사회 전체의 기율과 정직에 관한 문화가 사회에 속한 개개인의 정직성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론이 된다. 또한 추가적인 분류를 통해 사회 문화가 개인주의적(individualist)인 나라의 국민들이 집단주의적(collectivist)인 나라의 국민들보다 더 정직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밝혀내었다.

우리 나라가 이 실험 대상국이었다면 더 흥미로웠을텐데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당장 이런 실험 진행하면 옆에서 '아 뭐 어때, 돈 더 받을 수 있으니까 적당히 뻥치면 되지, 대박.'이라고 얘기할 것 같은 주변 사람이 생각나서... 아무튼 이 논문에 따르면, 사회 기율이 개판인 경우에는 개개인이 정직하게 살아가기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사회의 기율이 바로 서지 않으면,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윗사람들과 사회 지도층들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악행들을 저지른다면, 국민 개개인의 정직성을 바로 세우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간 일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본문: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31/n7595/pdf/nature17160.pdf
보충자료: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31/n7595/extref/nature17160-s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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