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미니애폴리스의 게쎄마니(Gethsemane) 교회에서 중창단 가입을 권유받은 것이 10월 2일 주일이었다. 중학교에서 오케스트라 담당 선생님으로 일하신다는 Kristine 의 제의로 이번에 새로 부임한 교회 음악 담당자의 활동 개시(?)와 맞추어 중창단에 합류하게 된 것. 처음에는 교인들이 'You have a wonderful voice!', 'Your singing very good!' 이러길래 또 '미네소타 나이스(Minnesota Nice)'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의례적인 칭찬이겠거니 했는데, 직접적으로 가입을 권유하셔서 짐짓 놀랐다.


이곳 중창단의 역할은 전례에 진행되는 음악을 맡아서 진행하는 것으로 안양교회에서 합창단이 하는 역할과 동일하다. 예를 들면 시편 계응송에서 메기는 부분을 이끈다든지, 복음서를 읽을 때 알렐루야를 한다든지. 한가지 특기할 점은 봉헌 시간에 진행되는 찬양은 아카펠라로 진행된다. 대부분 이곳에서 찬양단으로 늘 섬겨왔던 분들인 것으로 보이며 몇 안 되는 교인 수에 몇 안 되는 중창단 단원 수이지만 그 중에서 유일한 동양인 싱어가 바로 나인데 ― 9명의 중창단원 중 백인이 7명, 흑인이 1명  ― 중창단 인종 구성이 미네소타 주의 인구 구성을 참 많이 닮은 듯했다. 일단 여기서는 베이스 파트를 맡기로 했는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테너로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참고로 테너 파트를 홀로 담당하는 Brandon이라는 분의 노래 실력이 무척 좋아서 상대적으로 보강이 필요한 베이스를 자처한 점도 있다.)


중창단은 매달 첫째, 셋째주 수요일 밤 7시부터 2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그리고 둘째주 일요일을 제외한 매 주일 오전 8시 45분에 연습을 한다. 따라서 중창단에 가입한 덕분에 '집-학교-집-학교-집-학교'의 단조로운 주중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학교에는 걸어서 왔다갔다하므로 지난 달까지는 오직 일요일에만 교회 및 쇼핑 갈 때 교통 카드를 사용했는데, 이제는 주중에도 교통 카드를 쓸 이유가 생긴 것이다. 또 여기 와서는 집에서 재즈 CD를 듣거나 유튜브를 재생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떠한 음악적인 활동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노래를 할 수 있고 또 화음을 맞추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이곳에서 노래로 봉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 주어진 재능을 가지고 섬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감사인지 모른다. 힘닿는데까지 열심히 하고 또 모두에게 은혜가 되는 그런 봉사자로 남고 싶다. 사실 이곳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한국에서 포닥으로 온 성공회 교회 중창단원'을 살면서 얼마나 보게 될까? 하느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것은 인종과 나이, 직업, 전공과 무관하다는 것을 나도 그분들도 더 더욱 명확하게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