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NMR 을 찍었던 일에 대해 글을 쓴 이후로 한동안 홈페이지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유인즉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실험만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을 해 먹은 뒤에는 이것저것하며 쉬느라...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난 주 NMR은 그놈의 벤즈알데하이드와 기타 부산물 때문에 피크가 어지러웠던 것이었다.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박막크로마토그래피(Thin Layer Chromatography, TLC)를 찍어봤는데 반응물이었던 벤즈알데하이드가 그대로 합성 과정 종료 후의 결과에도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원하는 생성물 외의 다른 것도 끼어 있었지만 TLC 측정 결과 관 크로마토그래피(Column Chromatography, 보통 컬럼이라고들 부른다.)를 해서 분리 및 정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몇 주간 유튜브와 인터넷 글들을 보면서 사고를 통한 실험을 무수히 진행했던 나는 월요일에야 실제 행동에 들어갔다. 실리카 젤을 부어 슬러리(slurry)를 만들고 관에 부어 넣어 바르게 쌓았고 ― 패킹(packing)이라고 한다. ― 분리해야 할 생성물은 용매에 잘 녹지 않았으므로 옆 실험실의 회전증발농축기(rotary evaporator, rotovap)를 빌려 써서 샘플을 모두 실리카 젤에 흡수시킨 dry loading sample을 제조한 뒤 이를 조심스레 관 안에 넣고 모래를 약간 쌓았다. 선택한 이동상(mobile phase)는 헥세인과 이써를 1:1 부피비로 혼합한 것이었는데, 왜 보통 사용하는 에틸 아세테이트(ethyl acetate, EA) 대신 이써를 썼는지 지금 내가 생각해도 의아하지만 ― 순간 ethyl acetate와 ethyl ether와 혼동했던 게 아닐까... ― 결과적으로는 벤즈알데하이드를 더 효과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어서 뜻밖의 성공이었다.
 
그렇게 분리하여 얻은 A, B, C 물질을 가지고 NMR을 찍어보니 정확히 B에서 내가 원하던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어! 나는 화요일에 이를 기념하고자 집에서 연어 필레를 통째로 구워 스테이크로 만들어 청경채볶음과 함께 화려한 셀프만찬을 즐겼다. 물론 그 다음날 호기롭게 대용량 컬럼을 시도했다가 완전히 말아먹고 샘플을 날려먹은 건 슬픈 사연이지만... (물론 용매 및 불순물이 아직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봐야 하는데, NMR에 감각이 아직 없는 나로서는 며칠간 인터넷을 더 뒤져봐야겠다.)
 
아무튼 한껏 고무된 나는 여러 실험을 지금 동시에 진행 중이다. 폴리우레탄 프리폴리머(prepolymer, 본격적인 중합 및 가교에 활용될 보다 큰 분자량의 단량체 역할을 해 주는 분자량이 낮은 고분자)를 합성하고 있고, 또 아크릴로일 클로라이드(acryloyl chloride)와 에스터화(esterification) 반응도 진행중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진행하고 있는데 이건 좀 결과물이 예상보다 끈적해서 분석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또 흄 후드 내의 배치도 보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늘 요리조리 바꿔보고 있다. 오늘 좀 그나마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는데, 마치 방에 있는 가구나 부엌 조리기구 정리하는 느낌이다. 아참. 매일같이 그날 사용한 유리 기구들을 씻어서 말려놓는데 밤마다 요리 후 설거지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고로 나는 낮에는 연구원으로서 실험을 하고 유리기구들을 닦는데, 밤에는 주부(?)로서 요리 및 청소를 하고 식기와 청소도구들을 닦고 정리한다.
 
하루하루 전진해 나간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좋다. 물론 슬럼프가 반드시 한 두번 닥칠 것이다. 솔직히 내가 별로 해 본적도 없는 합성은 내 계획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라고 생각한다. 박사과정동안 늘 그런 시행착오의 연속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 때처럼 무기력하게 힘들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