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1월 3일부터 꾸준히 준비했다. 하루에 한 챕터씩 보면서 공부를 조금씩 하다보니 거의 3주 정도 지나서 책 한 질을 다 보았다. 길벗출판사에서 나온 컴활 1급 필기 수험서의 페이지가 총 대략 500 페이지 이상 되는데 나 스스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조금씩 독파해 나갔다는 게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이 책 공부를 단순히 시험 문제만을 위해서 외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식과 활용 ― 특히 액셀과 엑세스에 대한 내용을 보던 시간에는 '내 만약 대학원 입학 초기에 이것을 익혔더라면 박사과정동안 연구 데이터 처리 과정이 훨씬 간단해졌을텐데!' 하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 을 위한 공부로 받아들였고, 덕분에 즐겁게, 그리고 약간의 희열을 느끼며 공부할 수 있었다. 시험 날짜는 1월 30일 토요일이었는데 사흘 전부터는 책 내용을 다시 처음부터 조금씩 훑어보면서 기출 문제를 하루에 평균 3회씩 풀었다.


시험 시간이 오전 9시 20분이라서 꽤 일찍부터 일어나 시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다시 볼 요량이었지만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좌석에 앉자마자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길이 안 막혀서 일찍 도착했기에 시험장 문밖에서 책을 다시 펼쳐볼 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다시 보기는커녕 허겁지겁 시험장 안으로 뛰어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컴활 필기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답안을 작성하고 채점하는 CBT(computer-based test)이다. 컴퓨터용 싸인펜이나 OMR 카드 이런 것은 없었고 오직 모니터에 나오는 문제를 보고 마우스로 클릭하여 답안을 매기는 방식이었다. 답안을 작성하는 요령에 대한 교육이 끝나고 어느새 시험이 시작되어 60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총 3과목에 각각 20문제, 즉 총 60문제(문제당 배점은 5점)이므로 한 문제당 1분씩 풀면 되지만, 문제은행 형식에 새로운 형식의 문제를 일정 비율 추가하는 컴활 필기 시험의 특성상 한 문제당 1분을 들이는 것은 꽤나 사치스러운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시험 시작한지 10분도 안 되어 벌써 시험을 종료하고 시험장을 나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특히 내 옆자리에 앉았던 중학생으로 보이는 애는 7분인가? 그 때 벌써 나갔다. 나는 답안을 검토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다 대조한 뒤 시험을 마쳤는데, 한 6분을 남기고 퇴실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대담할 수가 있을꼬.


나는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에 내가 고른 번호가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갯수를 세어 보았는데, 각 과목당 여남은 개는 무조건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것들이었다. 컴활 1급 필기 통과 기준은 각 과목 점수의 평균이 60점이되 과락 40점 기준만 넘기면 되는 것이었으므로 사실상 시험을 마칠 때 1급 필기 통과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통과 여부를 확인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CBT 시험의 특성상 시험 결과가 상당히 빠르게 조회 가능하여 바로 다음날인 일요일 오전에 결과가 떴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95/80/80 점을 받아 평균 85점으로 통과! 4주 동안 조금씩 천천히 즐겁게 공부한 보람이 있었다.


2월에는 실기를 준비해서 1급 실기마저 통과하여 자격증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려면 누구나가 도전한다는 시험인지라 뭐 대단한 시험인 것도 아니고 희소성이 있는 시험인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공부한다는 것이 내겐 소소한 즐거움이다. 어차피 액셀과 액세스 활용능력도 넓히고 컴퓨터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니 도전한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은 또 아니지 않는가. 한번 시작했으니 끝장을 봐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