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연구 건으로 물리천문학부의 한 랩에 방문했다. 공정이 진행되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런저런 주제로 수다를 떠는데, 치과의사와 약사의 수요 및 공급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전국의 여러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다.


"대학원생은 수요초과죠."

"그래, 뭐 과포화 상태인 거지."


이때 그 랩 박사과정 후배가 아주 기억에 남을 멋들어진 말로 내게 응수했다.


"어휴, 뭐 이미 석출되는 단계네요. 여럿 나가 떨어져 가라앉고 있는 걸요."


화학과 물리학에 대해 어느 정도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곧 이 과포화 상태의 용액이 어떤 것인지, 또 석출되는 것은 무엇인지, 더불어 어떤 이유로 과포화 용액에서 석출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지 알고 있다면 이 비유가 얼마나 적확하고 씁쓸한지 알 것이다. 이건 소위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자조 섞인 멸칭이 붙은 조국에서 살아야 할 모든 청년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