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는 기부금 영수증 제출 건으로 연말마다 사무실이 늘 복잡하다. 헌금이 종교단체 기부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면 나 또한 매달 교회에 일정 금액을 냄으로써 교회 공동체를 돕고 또 그 교회 공동체를 통해 주변 공동체를 돌보고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요즘 교회 외에도 우리의 나눔을 필요로 하는 단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이에 2015년 하반기부터는 나도 몇 단체의 정기 후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물론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서 그분들과 같은 곳에서 어려운 이들, 소외받는 이들을 돕는 손길을 직접 보태야겠지만 박사 과정생으로서, 또 포닥으로서 그러한 활동에 한계가 있음은 그분들도 더 잘 아실 것이다. 오히려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힘을 쏟아야 할 곳에 더 투자해서 소기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분들께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온당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공간을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은 물질을 나누는 것일 게다.


인터넷의 발달로 시민단체의 후원자 되기가 훨씬 쉬워졌다. 클릭 몇 번과 계좌번호나 생년월일같은 숫자들만 잘 기억하고 있다면 간단하게 입력함으로써 매달 같은 돈을 같은 날짜에 후원하는 정기후원자가 될 수 있다. 후원에 큰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매달 카페 아메리카노를 석 잔정도 안 마시면 한 달에 10,000원을 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카페인 소비도 줄이고 남도 돕고, 이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사실 이런 공적인 후원은 예전에 위키피디아에 작은 돈을 보탰던 것이 처음이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한창 유행일 때 동참했던 ALS협회 후원도 있었고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가 세계 전역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일으켰을 때 UN을 통해 후원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후원은 모두 일시 후원이었지 지속적인 후원은 아니었다. 물론 이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금을 모으고 일시 후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보다 바람직한 자세라고 여겼고 그것이 오늘의 정기 후원 서약'들'로 이어졌다.


난 돈이 많은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것들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저소득으로 고생하는 국내 가정,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장애인과 소외받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회를 더욱 밝게 만드는데 실질적으로 동참한다는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데 참 기분이 좋다.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