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알마티 마지막 날이다. 충분히 잠을 청하고 일어난 뒤 늦은 아침을 먹고 쉼불락(Шмвулак)으로 향했다. 이 지역은 양질의 눈과 드넓고 긴 코스, 그리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인해 스키어들에게 각광받은 유명한 스키 리조트이다. 비록 8월은 모든 눈이 녹아있는 절기로 눈에 덮인 절경을 볼 수는 없는 시기이지만 빙하로 인해 형성된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지역이라 많은 사람들이 스키 시즌이 아닐 때도 찾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침불락(Чмвулак)이었는데 카작어로 바꾸면서 러시아어 이름도 쉼불락으로 바꾼 듯 하다. 아무튼 이 지역은 2011년 동계 아시안 게임을 유치한 곳이기도 하며 앞으로도 많은 동계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게 될 곳이기도 하다.


정상은 해발 3,200m 정도 되며 기온은 15도 이하로 떨어져 긴팔을 입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그런 날씨였다. 곤돌라를 세 번 타고 다다른 이곳에서 펼쳐진 산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다행히 구름이 온 산을 뒤덮기 전에 정상에 올랐던지라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바로 눈 앞에서 작은 구름이 떠다니고 흡사 운해와 같은 모습이 곤돌라 창 밖으로 펼쳐지는데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저 멀리 만년설이 덮인 산 정상과 깎아지른 듯하게 생긴 산봉우리와 절벽 등등 10여년 전에 알프스의 쉴트호른(Schilthorn)에 케이블카 타고 올랐을 때가 생각났다.


집에 오면서 마트에 들러 리뾰슈까와 꼐피르(кефир)를 구입했다. 꼐피르는 우유와 요거트의 중간 정도 되는 유제품인데 쉽게 말하자면 아무 것도 첨가 안 한 플레인 요거트의 '마시는 요거트 형태'이다. 평소에서 플레인 요거트를 즐겨 먹는 내게 꼐피르는 입맛에 맞았다. 리뾰슈카 빵과도 잘 어울려서 빵 하나를 금새 다 해치워 먹었다. 혹자의 말에 따르면 꼐피르를 먹으면 화장실 직행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도 이 음료(?)는 천연 액티비아 수준의 음료인 듯 싶다. 나중에 어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맛있으니 뒷 생각은 안 하고 다 비웠다!


짐도 다 싸고, 이제 집에서 조금 더 있다가 밤에 알마티 국제공항으로 가면 된다. 알마티에서의 7일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 버렸는네. 시간이 금방 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직 보고 듣고 먹고 경험할 것은 더 많아 보이지만, 아쉬워도 이 정도로 해야겠다. 한국 돌아가서 해야할 것도 많고, 그리고 한 주 있다가 독일도 가야 한다. (정말 올해 해외 비행기 타는 복이 터졌다.)


분명한 것은 이번 여행을 통해 카자흐스탄을 새롭게 보게 되었고,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겨났다. 여행을 하면 원래 견문이 넓어지고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하지 않던가. 오기 전에는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러시아어의 키릴 문자도 그렇고, 도대체 인종 구성이 어떻게 된 지 모를 정도로 우리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카작인들의 생김새도 그렇고,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번 알마티행은 모든 면에서 즐거웠고, 또 뜻깊었다.


귀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아버지에게 언제나 감사할 뿐이다. 아버지 아니었으면 올 수가 없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