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남아공 여행이나 이번 카자흐스탄 여행이나 공통점은 숙박 시설을 기반으로 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집'을 중심으로 한 생활 중심이라는 점이다. 집에서 생활하다보면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들, 예를 들면 설탕이 떨어져서 집앞 마트에 다녀와야 한다든지 아니면 약속 시간이 조금 늦춰져서 집안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운다든지 하는 일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이곳 알마티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이런 것들 때문에 내가 지금 이국의 땅에 여행을 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 집 바깥세상 무대가 일시에 바뀌어 우리를 골탕먹이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알마티는 여전히 볼거리가 많았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과 중심상가, 알마티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고도의 산들, 현재 장기집권 중인 대통령 나자르바예프가 조성했다는 드넓은 공원 등등. 분명 대한민국은 찜통더위로 펄펄 끓고 있는데 나는 너무 추워서 긴팔에 바람막이까지 입고 멋진 산을 구경했다. 사실 알마티에는 옆나라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나 사마르칸트처럼 역사 유적이 많은 유서 깊은 도시는 아니기에 그런 것들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뛰어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기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젯밤엔 아버지 회사에서 기사로 일하고 있는 똘릭 씨 집에 초청되어 저녁을 먹었는데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대표적인 이쪽 음식인 삼사(самса)를 비롯해서 다양한 야채와 말고기 소세지,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 베스바르막(бешбармак)은 압권이었다. 처음에 도착하자마자 주방에 갔더니 얇게 편 밀가루 반죽이 있길래 이건 뭐에 쓰는 것일까 싶었더니 거대한 접시에 담긴 베스바르막을 보고 '아.. 이걸 위해 그렇게 만든 거였구나' 싶었다. 베스바르막은 투르크어로 '다섯 손가락'이라는 뜻인데, 다섯 손가락으로 집어 먹었다는 전통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양장피처럼 만들어진 밀가루 반죽 위에 고기와 각종 채소 및 소스를 곁들어 먹는 이 음식은 귀한 손님이 있을 때 먹는 것이라고 했다.


알마-아라산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고도가 높아 다소 춥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산천의 모습이 유럽의 알프스를 꼭 보는 것만 같았다. 이곳 정상 부근의 빙하에서부터 녹아 흘러나오는 물을 알마티 시민들에게 공급한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제 내일이면 한국으로 떠난다.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알마티에 있을 수는 없지. 처음에 알마티에 올 땐 '여기에 뭐가 있으려나' 싶었지만, 이곳은 다시 또 오고 싶어지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였다. 여기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도시들도 탐방하고 싶어졌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