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세미나를 진행한 뒤 수강생들의 리뷰 코멘트가 오늘 조교를 통해 전달되어 받아보았다. 총 55개의 코멘트가 도착했는데, 그 중 31개는 긍정적인 반응, 8개는 부정적인 반응, 10개는 긍정/부정적 반응 함께, 그리고 나머지 6개는 평가 없이 과학적인 연구 내용들에 대해서만 적어놓은 것들이었다.


긍정적인 반응은 대부분 짜임새 있는 발표를 조리 있게 잘하고 ppt 구성이 괜찮다는 내용이었다. 게중에는 기업홍보를 하러 온 사람같다는 사람도 있었고, 발표 복장을 하고 와서 보기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블록공중합체를 잘 모르지만 발표를 통해서 어느 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도 있었고, 연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는 반응 ㅡ 개인적으로 이 코멘트가 정말 감사했다. ㅡ 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발표는 연구 내용 그 자체보다도 외적인 그 모든 것들이 함께 영향을 끼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반응의 대부분은 ppt 슬라이드에 쓰인 글씨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통상적인 세미나실과는 달리 앞뒤로만 긴 강의용 교실인 500동 L306호에 앉게 될 청중들의 위치와 시야를 고려하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다음부터는 발표 장소에서 리허설을 할 때 가장 멀리, 또 가장 불리한 위치에서 자료를 띄워 놓고 강연이 잘 전달되는 지 먼저 확인해야 할 것 같다. 발표 내용에 관해서는 실제적인 응용과 물성에 관한 아쉬움에 대한 코멘트가 제일 많았는데 그 중에는 이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던지기 힘들었을 것 같은, 밴드갭과 리소그래피에 관한 짤막하지만 아주 예리한 지적도 있었다. 발표 시간이 조금 더 길었더라면 연구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했던 청중들에게 친절히 설명해 줄 수 있었겠지만, 보통 학회에서의 연구 발표가 15분 남짓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앞으로는 더욱 집약적으로, 동시에 보다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검토해 봐야겠다. 참고로 발표 태도가 보다 겸손했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나는 대중을 상대로 한 발표에서 별로 떨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노래하고 공연을 하는 것에 익숙해서 그런지 정작 무대 위에 올라가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발표 과제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좋은' 발표인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해 본다.


그런 측면에서 내 지도교수님은 좋은 귀감이 된다. 어느 발표에서나 철저하게 잘 준비하시고 정확히 청중의 입장에서 이들이 무엇을 듣고 보고 싶은가, 어떻게 보는 것을 더 선호하는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자료와 발표 내용을 고치신다. 시간 엄수는 기본이고 발표할 때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음성도 과하지 않지만 충분히 여유롭게 그 모든 것들을 해내신다. 어떻게 보면 지난 6년간 실험실에서 지도를 받으면서 내 발표 형식와 태도도 그것을 많이 닮아간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되든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배워왔고, 봐 왔고, 또 오늘 집어 든 수강생들의 코멘트를 잘 곱씹어보면서 최소한 '걔 내용은 별로 없어도 발표 하나는 잘하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