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2015년 봄학기 졸업이 확정된 나로서는 현재 실험을 열심히 진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아무리 졸업논문을 쓰고 디펜스 준비하는 것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들 얘기하지만, 그래도 성심성의껏 준비해야하는 것들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졸업논문은 내 이름으로 나가는 사상 최초의 출판물 아닌가. 실험과 측정에 천작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졸업 준비에 쏟아야 할 시간과 노력을 자연히 빼앗기게 될 것은 뻔하다. 그것이 요즘 나로 하여금 연구 속도를 평소보다 더디게 하고 있다.


논문 작성은 정체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 Electrochemistry Communication에 낸 논문은 게재되었고, Nature Communication에 낸 논문은 35여일째 여전히 심사 중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이때까지 아무 소식 없는 거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속이 타들어갈 노릇이다. 사실 내겐 이 논문이 무척 중요한데, 내 6년간의 대학원 연구생활 중 내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실험 기술과 방법론을 동원해서 이뤄낸 일 중 가장 파급 효과가 클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이 잘 출판된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함흥차사처럼 답이 오지 않고 있으니 애가 탈 수밖에. 그 외의 논문 작성 속도는 지지부진이다. 나도 연초가 바빴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교수님께서는 샌프란시스코 학회 때 포닥을 나갈만한 랩의 연구자와 접촉해보라고 조언해 주셨는데, 이럴 때 같은 길을 밟은 선배 연구자가 실험실 내에 별로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사실 내가 구직활동을 해야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데, 이 분야는 내겐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다. 내가 무어라고 남에게 나를 들이댈 수 있단 말인가. 내 이력서는 과연 교수님들의 흥미를 끌 수 있나. 누군가가 끌어주는 게 있다면 참 편할 거 같은데 첫발부터 내가 디뎌야한다니 이게 참 골치 아프다.


당장 어느 랩으로 가고 싶다는 것을 정하지조차 못하지 않았는가. 내일부터는 유수의 대학 랩 중에서 포닥 생활을 유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의 웹사이트들을 보다 면밀하게 탐방하고 다녀야할 것 같다. 최근에 독일 친구 Bernd가 UCSB에 포닥자리를 얻었다는데 어떻게 자리를 받았는지 좀 물어 봐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