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어보면 두 사람다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유키 구라모토는 일본인이고 이루마는 한국인이다(성이 이씨, 이름이 루마). 하지만 둘 다 피아니스트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계열의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이다.

유키 구라모토는 일본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그는 일본과 외국(특히 대한민국)에서 인기가 높은 음악가가 되었다. 그의 취미와 특기가 삶을 바꿔버린 듯하다. 이루마는 그에 비하면 음악가가 되기 위한 길을 제대로 밟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는 지금 영국에서 유학 중이다.

흔히들 뉴에이지 음악가라고도 얘기하지만 사실 온갖 것에 '뉴에이지'라는 단어가 붙다보니 이젠 듣기 편한 음악들이면 모조리 '뉴에이지'의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글쎄. 그들이 모두 뉴에이지 아티스트라는 말은 좀체 공감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이렇게 치면 뭐든 듣기 편하고 심신에 피로감을 더는 것들은 죄다 뉴에이지의 영역에 속하게 되는 데 이건 아닌 것 같다.)

유키 구라모토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고 1 때 선배로부터 선물받은 음악 CD 때문이었다. 내게는 유키 구라모토 앨범이 세 개 ㅡ Reminiscence, Refinement, Time for journey ㅡ 있는데 다들 몇 번씩이고 자주 들어봤다. (특히 그 좋아하던 S#arp 음반을 더 이상 듣지 않으면서부터 이 CD들이 내 방의 공기를 장악하였다.)

피아노로도 악보를 구입해서 늘 쳐 봤다. 그의 음악은 정말 다양하다. 발랄한 것도 있고, 지나치게 감상적인 것도 있고, 시원시원한 게 있는가하면, 강렬한 것도 있으며 기교를 엄청나게 부려야 하는 것들이 많다. 조의 변화, 다양한 스케일을 사용하는 것도 간간이 눈에 띤다.

그에 비하면 이루마는 사실 유키 구라모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게 사실이다. 나는 처음에 그의 유명한 음악인 Kiss the Rain이 히트를 쳐서 그의 악보를 구입했을 때 적잖이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의 앨범을 몇 장 사서 꾸준히 들어본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대놓고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뭔가 허했다.

이루마가 작곡한 음악은 주 테마부분이 너무나도 자주 반복이 된다. 도대체 몇 번을 같을 걸 치는 지 세기조차 지루할 정도이다. Kiss the Rain 조차 테마를 몇 번이나 우려먹는데, May be의 경우에는 곡 전체가 아예 테마의 반복으로만 구성되어있다는 느낌이 (정말 심각하게) 든다.

그리고 사실 이루마의 음악에서는 다양성을 찾기가 힘들다. 내가 그나마 몇 번 쳐 본 곡들은 너무나도 분위기가 비슷하여 그닥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자주 받았다.

그래도 하나 인정해줄 수 밖에 없는 건 정말 선율 하나만큼은 처음 들을 때 '아~ 좋다'라고 생각들게 만드는 것. 그렇기에 이루마 음악은 많은 드라마, 영화 등의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었다. (유키 구라모토도 그러하지만..) Kiss the Rain이 대표적이다. 분위기 하나만큼은 잘 깔아놓는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내가 음악평론가라면 이 둘을 자세히 분석할텐데 그럴만한 그릇이 못 된다는 게 참 아쉽다. 하지만 짤막한 능력을 가지고 감히 말한다면 나는 유키 구라모토를 이루마보다 더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이루마는 현재 공부중인 비교적 젊은 청년인 것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그가 그려낼 음악세계 또한 멋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우리 집에 피아노가 없다. 피아노를 교체한다고 현재 23년 된 우리 집 피아노는 이미 우리 집과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간 상태. 도대체 언제 쯤 건반을 집에서 눌러볼까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