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은 서울대 화학부에서 간간이 말로만 내려오던 그 '무제한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무제한 시험이 무엇이냐?! 마치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반직선과도 같은 시험이다. 오후 6시에 시작한다는 공고는 있었으나 언제까지라는 말은 없었다.
결국 답안을 충실히 작성한 후 알아서 나가라는 말이었다.
이 시험을 보기 전부터 많은 친구들이 걱정을 했다. 공부할 양도 무척이나 많은 데다가 무제한 시험이므로 밤 동안 졸지 않고 잘 풀어야 하는 그 압박!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을 갈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우리의 화학시험의 특징은 '화장실을 간다 = 시험포기'였다.
물론 이번 시험은 사정이 많이 좋아져서 화장실을 갔다온 후 1시간 후에 무조건 제출하게 되는 걸로 바뀌었지만!
6시에 시작하여 많은 준비 이후에 결국 30분 가량 지나 시작된 시험은 예상대로 자정을 넘겨도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게중에는 가져온 음식을 먹는 사람, 미리 자 두는 사람, 먼저 제출하고 나간 사람 등등 가지각색이었다. 그러나 어쩄든 푸는 사람들 모두는 진지했고 다들 열중하는 분위기였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사람들이 제출하고 퇴실했다. 나도 2시 반에 답안 작성을 완료(?)하고 나왔다. 물론 열 명 정도는 더 남아있었고 과방에 가보니 먼저 나온 친구들이 이미 있었다.
파파스 치킨을 맛나게 먹은 후 시험 종료를 기뻐하며 녹두로 달려간 십수명의 학생들.. ㅋ 떼로 당구장에 들어가 포켓볼을 쳐댔다. 그 때가 아마 새벽 4시 정도였는데 5시 반까지 쳤던 것 같다... 그냥 가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웠던 우리!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이번에도 DVD 방에 갔다. 나와 빈나의 적극적인 추천에 힘입어 'Chicago'를 보게 되었다. 나는 네 번째로 보는 것이었지만 여전히 그 감동은 유효했다!!
거기서 밥을 먹고 헤어져 집에 돌아와보니 9시 반가량. 얼른 샤워하고 나서 나는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을 청했다.. ㅋ 시험이 끝난 후에 쿨쿨 자는 그 맛이란.. ㅋㅋ (그런데 5시간 잤다;;)
수능 이후에 이렇게 장시간 동안 시험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그 이전에도 없었을 것이다. 신선(?)했지만 전혀 신선(?)하지 않았던 화학 무제한 시험! 덕분에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고 의미있는 경험도 해 본 것 같다!
물론 시험과 강의가 다 끝난 후에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ㅡ. 정두수 교수님의 화학1을 듣지 않은 자, '빡세다'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말라... ㅋㅋㅋ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