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Axis & Allies Europe을 했다. 물론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독일을 맡았고, 다른 세 명은 각각 소련, 영국, 미국을 맡아서 게임을 진행했다. 물론 게시판에 이 보드게임을 3월 2일에 했을 때에 쓴 후기가 있긴하지만 오늘 게임의 진행은 저기에 쓰여있던 게임의 진행과는 사뭇 다른 경기였다. 

'Avalon Hill'이란 회사에서 만든 이 전쟁게임은 Europe편과 Pacific편, 그리고 원작이었던 전세계를 무대로하는 원편 (흔히 World편이라고들 하더라...) 이 있다. 최근 2004년 신판이 새로 나왔다고 하지만... 

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 게임은 Europe편의 경우, 추축국인 독일과 연합국인 미국, 영국, 소련이 대결하는 것이다. 독일은 나홀로 게임이고 미-영-소는 연합하여 마치 한 나라처럼 연합하여 단체행동들을 한다. (물론 이탈리아가 추축국이긴 했지만 사실상 유럽 전쟁은 독일과 연합국의 대결이었다 해도 뭐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 일행은 늘 Europe 편을 즐겨한다. 아니, 늘 한다. 

그럴 때면 항상 나는 추축국인 독일을 해야 한다. 단 한 번도 연합국 축에 끼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워낙에 사악해서 그렇게 독일을 해야한다나? 정말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내가 얼마나 착한지를 모르는 것들이니 원.. 하핫. (그런데 막 손등에 지금 땀이 난다...) 

보병, 포병, 전차, 전투기, 폭격기, 전함, 구축함, 잠수함, 수송선들을 막 이용해서 주사위로 싸우고 막고 하는 게임인데, 물론 주사위가 잘 나와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놀랍게도 제대로 된 전술이 없다면 이기기가 힘들다. 주사위 운에 걸린 전투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치밀한 전략에도 걸린 전투, 그것이 A&A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모습이다. 

전쟁게임은 늘 재미있다. 루비콘 사이트에서 설명하시는 분도 그러지 않았던가. '전쟁은 사람이 죽지만 않는다면 인류에게 가장 흥미있는 볼거리다' 라고.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것은 동물들이나 인간들이나 다 같은 하나의 본성인 것 같다. 

비단 땅뿐만 아니라 지적인 영역이라든지 사회에서의 입지같은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그 본성이 욕심으로 돌변했을 때의 그 참혹함은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인류가 창조된 이후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단 기간에 죽은 것은 노아의 홍수, 유럽의 흑사병 빼곤 찾아보기 힘들 거 같다. 

앞의 것은 하나님께서 자연으로 인간을 벌하신 것이었고 뒤의 것은 자연이 자연으로 인간을 응징한 것이었으며 세계대전은 인간이 인간을 이용하여 인간을 파멸로 이끈 것이었다. 

역사 속의 전쟁을 늘 우리는 승패의 결과와 역사에 끼친 영향만을 가지고 바라보는 건 아닐지... 

로마의 카르타고 파괴로 죽은 카르타고인이든, 히로시마 원자폭탄으로 죽은 일본인이든, 바그다드 공습으로 죽은 이라크인이든... 

로마제국의 번영, 제 2차 세계대전의 종결, 이라크의 후세인 독재정권 붕괴... 결과는 다 나쁘지 않지만 승리의 장소에는 늘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었기 마련이다. 전쟁이란 '인간'이란 존재를 참으로 간단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또 A&A 전쟁게임을 하고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