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내복 이야기]
Date 2008.11.12


어제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문득 발견한 사실이 있었다.

'오. 벌써 11월이네. 어라. 그런데 아직도 내복을 안 입고 있었네?'

끓어오르는 피를 소유한 청년에게 내복은 어울리지 않는 구닥다리 할아버지 용품이라고 폄하하는 사람이 언제나 내 주변에 있어왔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무려 초등학생 때부터 내복을 입어왔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즐겨 입어왔다. 그나마 요즘 위안이 되는 것은 주변에 군필자가 늘어나서 내복착용에 대한 이해도가 이전보다 매우 신장되었다는 것 정도?

실제로 나는 내복을 반년동안 입곤 했다. 내가 다닌 중, 고등학교는 산 속 깊은 곳(?)에 있어서 안양 시내나 우리 집 근처보다 항상 체감 온도가 3도 정도 낮았다. 마치 서울대 정문과 301동의 기후차이 정도랄까. 물론 그에 비길 수는 없겠지만 학교 안은 혹독하게 추웠고 콘크리트와 벽돌마저 꽁꽁 얼어붙은 양 실내가 실외보다 훨씬 추웠다. 때문에 10월이 이별을 고하기 시작할 때부터 옷장 깊숙히 묵혀 두었던 내복 혹은 타이즈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활은 이듬해 4월 초순까지 이어지곤 했다. 항상 면에 가려져 있었던 그 거친 청바지 표면을 피부가 느낄 때의 짜릿함이란! 4월의 싱그러운 봄날 햇살만큼이나 상쾌하기 그지 없었는데 말이다.

내복에 열광하는 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추측을 하고 있다. 피하 지방이 너무 부족하여 추위를 잘 타는 것이다, 옷을 생각보다 너무 얇게 혹은 단순하게 입고 다녀서 추위를 잘 타는 것이다, 체질이 원래 그러니 추위에는 쥐약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내복에 길들여진 생활습관으로 인해 추위에 대한 내성이 현격히 저하되었다 등등.

그런 내가 여태 내복을 입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벌써 11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게다가 한창 여름일 남아공에서 1달여간 체류할 것을 생각한다면 올해는 최단기간 내복착용 기간 기록을 세울 지도 모른다. 아마도 내 내복사(史)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글쎄, 요즘 날씨가 좀 추워졌는데 그냥 입어버릴까 아님 기록을 세워볼까.

어쨌든, 사람들이 내복에 대해 그리 호의적인 편은 아닌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난방비 절감 등을 이유로 국가에서도 내복 입기를 장려하는 것을 보면 내복을 입는 것도 일종의 애국이고, 씀씀이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효과적은 방편이 아니겠는가. 자부심을 갖고 입어야지 헤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