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에 임용된 뒤 기숙사에서 지낼 때 퇴근 후 하는 일과는 기숙사 1층에서 하는 운동, 혹은 온라인 강좌를 듣는 개인공부였다. 그럼에도 남는 시간에는 간단히 한두판 Age of Empires 게임을 하곤 했는데, 그 시기에 어쩌다가 보게 된 것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김성현 씨의 유튜브 채널이었다. 그 채널의 이름은 알파고(AlphaGo)에서 따온 알튜브(ALTUBE)였다.


유튜브로 게임 경기를 보는 게 딱히 특별한 것은 아니라지만, 이 알튜브 방송은 뭔가 특별한 게 있었다. 진행자는 과도한 비속어나 욕설을 하지 않았고, 굉장히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보통의 게이머라면 실행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진행을 선보이며 특별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는 재간이 있었다. 실력이 너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보니 그 컨트롤과 전략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물론 이런 상대를 만나 고생하는 상대방이 분을 못 참고 내뱉는 비속어와 욕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아이러니하게 진행자가 이런 말을 내뱉으면 저속해 보이지만, 저속한 상대로 하여금 이런 반응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다.) 그래서 그런지 5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이 채널의 영상을 하나 둘씩 보곤 한다.


최근 소집해제로 민간인 신분이 된 김성현 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라이브 방송을 활발히 하며 수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가끔 1만명 가까이 스트리밍 시청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승부 조작과 관련된 파문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 시장이 완전히 망해버리고 모든 온라인 게임 시장이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로 넘어간 지 오래인 지금, 김성현 씨를 비롯한 오히려 실력을 잘 간직해 온 게이머들에게는 전혀 생각 못했던 수익 창출의 기회가 온 셈이다. 하긴 10대와 20대보다는 인구 수(!)와 구매력이 충분히 있는 30대와 40대가 주 시청자일테니 수입 측면에서나 인기 측면에서나 오히려 프로게이머 시절보다 지금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을 보면 비록 오래되었더라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그만의 매력을 충분히 갖춘 것이라면 긴 시간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지만, 우리는 세상만사 어떤 것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인지, 혹은 그것이 진짜 끝내주는 수익창출의 도구가 될 지 모를 뿐더러 그렇게 인정받는 시기가 언제 도래하는 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모두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만한 대상을 두고 꾸준히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실력을 갖추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어쩌면 성공에 이르는 확실한 길이 아닐까 싶다.


연구도 비슷하겠다. 어떤 주제가 큰 관심을 받을지 혹은 연구 과제가 많이 열리게 될는지 알 길은 없다. 오직 할 일은 그저 묵묵하게 의미 있는 일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그에 대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추는 것일 게다. 당장 환영받고 각광받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