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원 근처를 지나가는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에 설치된 방음터널 내 화재가 발생하여 5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대형 화재 사고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비극을 당한 일이 벌써 올해로 몇 번째인가. 잊을만하면 이런 대형 화재 사고가 일어나다보니 우리 국민들은 어느새 난연(難燃), 불연(不燃) 소재의 개념과 더불어 폴리우레탄(PU)이니 폴리카보네이트(PC)니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과 같은 고분자 이름을 기사를 통해 집단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 있었던 방음터널 화재 사고로 인해 매스컴으로부터 악마 취급을 받고 있는 고분자인 PMMA는 사실 우리가 쓰는 안경과 하드렌즈에 쓰이는 플라스틱 재료인데,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열가소성 고분자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고 광택이 있는데다가 투명해서 다양한 형태로 성형되어 생활 및 산업 분야에 널리 쓰이고 있다. 잘 탄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탄소와 수소, 산소로 구성된 고분자 중에 불연성을 띤 제품은 사실상 전무(全無)하기 때문에 이게 꼭 PMMA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니 강화유리보다 훨씬 싸고 투명하며 미관상 좋은 PMMA를 방음터널 소재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ㅡ PMMA를 위시한 고분자 소재가 다른 무기 소재보다 정말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훨씬 싸다는 것.


하지만 인명은 그 어떤 것보다 귀중한 것 아닌가?


나는 대한민국 사회의 특정한 문화가 자꾸 이런 사고를 일으키는 원흉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소음까지도 관리되어야 할 환경 문제라고 여기는 수준의 발전된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 아직도 널리 퍼져 있는 '가성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문화'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가정이든 '마땅히 웃돈을 들여서라도 지출해야 하는 것'을 두고 '충분히 아낄 수 있는 지출'이라 생각하며 지갑 열기를 망설인다면 가성비에 매몰되는 다른 가치들을 망실하게 된다.


하지만 잃게 되는 가치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의 목숨이라면?


지출을 줄이고 아끼는 것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지출할 때 제대로 지출하고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 사회적 이득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뒤흔든 다수 참사의 근본적 원인이 늘 '돈을 적게 썼다.'는 사실로 수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지출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안달이었다. 그리고 어제 이런 사태를 또 맞닥뜨리게 되었다.


내 생각에 대한민국 사회는 그런 올바른 지출을 할만한 돈이 지갑에 충분히 있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들이 많은 것이다'는 희대의 사기꾼이 내뱉은 희대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는 돈을 붙잡아 도처에 자리잡은 불안한 소재 기반 제품들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써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기존의 값싼 고분자 소재를 생산하고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많은 사업자들이 단가 이상의 가치들이 고려된 제품들을 생산하더라도 그 수요가 그치지 않는 사회로 바뀌는 데 써야할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