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이 익산에 내려왔다. 지난 2월에 용석이 집들이 이후로 처음 다함께 뭉치는 것이었다. 각자 다른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에 익산역 주변에서 차를 타고 빙빙 맴돌며 손님들을 맞이했지만 그게 귀찮다기보다는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오랜만에 구도마켓에 가서 집들이를 축하할 로제 스파클링 와인과 리슬링(Riesling) 화이트 와인을 샀고, 함께 곁들여 먹을 치즈와 올리브를 좀 샀다. 집에 잠깐 들러 모든 짐들을 내려놓았는데, 다들 새 집이 넓어 좋다며, 특히 거실 한 면에 떡하니 자리잡은 75인치 TV가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에 연구실 학생들로부터 소개받은 소갈빗집인 '은행나무 갈매기'에서 ㅡ 나는 처음에 그곳이 갈매깃살을 파는 음식점인 줄로만 알았다. ㅡ 저녁을 함께 했는데, 어제도 소고기를 먹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갈빗살을 그야말로 '들이마셨다.' 우리는 거의 2 kg 에 해당하는 소고기를 시켜 먹었고, 그것도 모자라 냉면을 시켜 나누어 먹었다. 오고가는 소줏잔과 맥주... 그런데 그렇게 먹고도 12만원 정도가 나와 모두들 왜 가격이 이 정도로밖에 나오지 않냐며 어리둥절해 할 뿐이었다.


민망하게도 우리는 소고기 냄새를 풍기며 어양동의 스크린골프장으로 갔다. 9홀까지만 1:1:1:1 스트로크 대결을 하기로 했는데, 이전까지는 double par만 연발하며 hole out 되기 일쑤였던 내가 가끔은 파도 하고 더블 보기도 하는 놀라운 성장을 뽐낼 수 있었다. 그간 스트레스를 받으며 연습한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친구들은 아이언을 생각보다 잘 치는 편이라며 놀라워했다. 물론 드라이버 샷을 연습한 적이 없었기에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해서 타수를 유효하게 줄이는 데 실패했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19) 게임을 마쳤는데,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우수한 결과였다! 이후 몇 달간은 드라이버를 꾸준하게 연습해서 필드에도 나갈 만한 실력을 꼭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정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와인을 땄고, 소곡주를 따랐다. 주거니 받거니 마시면서 오랜만에 부루마블 게임도 하고 보드게임 'Survive!'도 했는데 시간은 벌써 새벽 4시. 다들 넋이 나간 채로 잠을 청했고 다음날 11시가 되어서야 깨어났다. 마침 남원에서 전날 촬영 일정이 있었던 성림이가 오늘 오후에 합류해서 우리는 익산에 있는 국밥집에서 해장 겸 점심을 먹었는데, 다들 이 가격에 푸짐하게 고기가 들어간 국밥은 처음이라며 아주 배불리 점심을 먹었다.


먼저 올라갈 예정이었던 휘상이를 익산역에 먼저 내려다 주었고, 남은 넷은 카페 'Made in Heaven'으로 건너가 공연장에서 커피와 케익을 먹으며 왁자지껄 수다를 떨었다. 누굴 까는 이야기, 요즘의 걱정 거리, 앞으로의 상황들, 영상에 등장하는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 등등. 집에 돌아와서 우리는 Survive!를 한 판 더 했고, 기차 시간이 가까워진 용석이와 지열이를 익산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마침 저녁 시간이 되어 출출해진 나와 성림이는 금마에 있는 생선구이집으로 건너가 저녁을 아주 배부르게 먹었는데, 저녁을 먹는동안 나의 신앙관은 무엇인지, 방언(方言)은 어떤 것인지 꽤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낚시를 하러 가지 않겠냐는 성림이의 짖궂은 제안을 정중히(?) 뿌리친(!) 나는 빨리 집에나 올라가서 쉬라고 채근했고, 성림이도 일단은 천안논산고속도로를 경유하는 도로를 귀갓길 경로로 잡고 서둘러 아파트를 빠져 나갔다.


정말 많이 먹고 마시고 놀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거리감과 검열 없이 주고받을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 사실 이번주 연구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여럿 있기에 지난 주중에는 친구들이 떠나고 난 뒤에 한 번은 사무실에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동시에 전혀 그럴 수 없으리라는 예상을 했었고 그 예상은 너무나도 정확히 들어맞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주 푹 쉬고 내일부터 아주 열심히 일에 매진해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