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로서 게재된 논문은 총 2편이었다. 하나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을 때 제출했던 논문인데, 블록공중합체 마이셀에 이온성 액체를 넣어서 금속 나노링 배열을 만드는 연구로 «Nanotechnology»에 출판된 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의 경우 교신저자라고 하는 것이 조금 어정쩡한 것이, 내가 박사과정 때 홀로 진행했던 연구 내용에 관한 논문을 내가 작성해서 (지도교수님의 코멘트 및 의견을 수용하여) 제출한 것이었으므로 교신저자의 느낌보다는 제1저자 (혹은 단독저자)의 느낌이 강했다 ㅡ 그래서 이 논문에서는 내가 교신저자인 동시에 제1저자였다.


다른 하나는 KIST에 입사한 뒤 쓴 것인데 같은 연구그룹의 석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올라간 논문이다. 우리 연구그룹에서는 이방성 피치(isotropic pitch) 기반 섬유의 안정화 조건 차이에 따른 최종 흑연 섬유의 물성 변화를 논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Journal of Industrial Chemistry and Engineering»에 출판된 이 연구 논문에 나는 공동 교신저자로 등록되어 있다. 이 논문의 경우 연구의 방향이나 물질 등에 대한 계획을 처음부터 내가 창안한 것이 아니었고, 센터장 박사님과의 협의와 논의를 통해 기본적으로 얻어놓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보충 실험을 지시하는 위치에 있었으므로 공동 교신저자로서의 저자 정체성이 굉장히 명확하게 느껴지는 그런 논문이었다.


오늘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에서 게재 승인이 난 연구는 지방산으로 기능화한 리그닌(lignin)으로부터 자외선 조사를 동반한 안정화 방식으로 탄소 섬유를 제조하는 것에 관한 연구였다. 이 일은 내가 KIST에 입사한 뒤 기관고유 사업으로 진행되는 리그닌 과제에 속한 내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한 연구였다. 사실 내가 KIST 입사 전까지 리그닌이나 탄소 섬유를 전혀 다뤄본 적이 없었던지라 리그닌을 어떻게 화학적으로 개질해야 하는지, 방사(紡絲)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또 작년에는 내가 직접 지도하는 학생 연구원이 없다보니 당시 전북대에서 진행하는 연구참여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부생을 데려다가 연구를 진행해야 했다. 다행히도 내가 가정한 바가 실험적으로 잘 확인되는 운이 따라주었고, 또한 학부생 연구원이 열심히 실험을 진행한 덕에 데이터가 탄탄하게 잘 쌓였다. 그리고 이후 연구그룹에 속한 연구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관리, 감독, 진행한 이 일은 진정한 의미에서 내가 교신저자라고 불릴 만한 연구였다.


지금까지 스무 몇 편이 되는 논문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이 논문은 스스로 내 연구 생활에 기념비적인 논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1) 이전에 진행한 적이 전혀 없었던 리그닌 및 탄소섬유 연구 분야에서 완결된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다는 점, 2)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 수행하는 연구가 하는 누군가를 지도하면서, 또 누군가와 협업하면서 수행하는 연구였다는 점, 3) 학부 연구참여 학생과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 4) 원어민 영어 교정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 논문들을 작성하고 세상에 내보여야겠지만, 이번 연구 논문의 게재 승인을 통해 '내가 과연 새로운 분야에 발을 잘 들여놓을 수 있을까?' 하던 막연한 걱정과 고민이 해결됨은 물론 앞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자평한다. 참 감사한 일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