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인 신성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창의융합특강을 벌써 다섯번째 진행하는 중이고, 그리고 토요일에는 어떻게 연락이 닿은 미래상상과학교실의 강의를 진행한다. 모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인데, 나름 검증(?)받은 주제를 가지고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물론 한시간 정도 떠드는 나는 즐거운데, 아이들도 나만큼 즐거울 지는 잘 모르겠으나 수업에 집중해 주고 피드백을 주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이과 진학을 생각하는 몇몇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가르치는 것은 재미있다. 남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이라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남에게 가르치기 위해 내가 더 확실하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Zoom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에서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얼굴 표정이 아주 적나라하게 눈앞에 드러나는데, 이전에 몰랐던 것들을 이야기할 때 스스로 깨우치는 것들이 표정에 역력히 나타나곤 한다 ㅡ 그리고 이런 순간이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큰 희열(喜悅)을 느끼는 때이다. 강의 중에는 항상 '네가 몰랐던 것을 이제서야 알려주마!' 하는 식으로 둑을 터뜨리듯 그렇게 놀라운 사실을 공개하곤 하는데, 이 사실을 알고 화들짝 놀라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교사(敎師)가 느끼는 기쁨 중 하나이다.


나는 공부를 하고자 하는 고등학생들이야말로 순수한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그러했기도 했지만, 실제로 '현실'에 좌우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 한다는 방해받지 않는 믿음을 가질 때가 바로 10대 아니던가. 내가 주제로 삼은 것들은 항상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음악이나 미술, 혹은 철학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여러 수식과 과학적 사실로 연결되어 이해되는 그 순간, 그리고 그것을 이해했을 때 느껴오는 전율을 학생들도 함께 느끼게 된다면, 34명의 학생들 중 단 한명이라도 물리학이나 화학을 공부하겠노라고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강의를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한 것은 다 이룬 것이다. 


아마 그것이 내 앞길을 먼저 걸어가신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는 것이고, 또 내 뒤를 따라올 후배들에게 빛을 비춰주는 숭고한 행위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는 아니지만 말이다 ㅡ 오히려 교수가 아니기에 좀더 자유롭고 흥미롭게 단편적인 강의들을 더 섬세하게 준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