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다르다고 하지만, 20대 혹은 30대 감염자의 경우 위험한 증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첫날 CT 촬영본에서 폐렴의 징후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 의사는 대체로 젊은 분들은 큰 증상 없이 감기처럼 앓다가 나으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내게 얘기해 줬다. 실제로 나와 함께 같은 격리병실을 사용하는 학생은 나와 띠동갑인 23살 학부생인데, 이 학생은 지금까지 나와 격리생활을 하는 5일동안 정말 감기에 걸린 증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넘치는 활력을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컴퓨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


내가 감염된 것으로 추청되는 시각은 14일 토요일 02:00 경.

종로구보건소로부터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수신한 시각은 19일 목요일 16:58.

익산시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시각은 당일인 19일 목요일 18:05 경.

그리고 익산시보건소로부터 양성 판정을 전달받은 시각은 익일인 20일 금요일 06:51.

119 구급차를 타고 군산의료원으로 이송된 것이 당일 20일 금요일 11:30 경.


익산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의 체온은 36.3도였다. 그리고 기침이나 인후통, 근육통이나 오한 등의 증상은 전혀 없었고, 미각이나 후각의 이상도 감지하기 힘들었다. 여기서 전혀 없었다는 것은, 격리입원 후 겪고 있는 현재의 증상에 비하자면 자각하기 힘들 정도 수준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18일, 19일에는 비가 많이 왔고, 굉장히 날씨가 따뜻해서 겨울이 오는 것이 맞나 싶다가 비가 그친 후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다. 게다가 비오기 전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극심하게 높아서 목 안이 늘 칼칼하게 느껴지던 차였다. 그러니 이런 날씨 요인과 미세먼지로 인해 약간 목 안이 칼칼했다, 정도로 느낄만했지 '이거 뭔가 심상치 않다'며 감염의 징후를 포착하기에는 너무 애매한 수준의 상태였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성 감염에서 흔히 발견되는 열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익산시보건소에서는 소위 무증상(無症狀)인 상태로 확진된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그런 내가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은 격리입원 이튿날인 21일 토요일부터였다.


먼저 인후통(咽喉痛). 목이 말라붙은 것같은 건조한 느낌이 들면서 침을 삼킬 때 약간 불편한 느낌이 아주 경미하게 들기 시작했다. 이 느낌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확실해졌고, 뚜렷한 인후통이 22일 일요일부터 자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3일 월요일과 24일 화요일에는 인후통이 거의 절정에 다다랐는데, 그래도 다행히 음식을 먹는 것까지 거부하게 할 정도로 아픈 것은 아니라서 삼시세끼 밥은 꼬박꼬박 잘 챙겨먹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기침. 22일 일요일에는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하려 하자 나도 모르게 기침이 한두번 터져 나오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후로는 말을 할 때 이따금씩 기침이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래가 들끓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마른 기침이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이 마른 기침은 24일 화요일부터는 젖은 기침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그에 맞추어 코도 점점 막히고 있다. 22일 일요일에는 찐득한 코와 진한 농도의 가래가 조금 끼어있는 것인가 싶었는데, 24일 화요일에 이르러서는 '흥!'하고 풀 수 있는 코가 휴지에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체온은 기상 직후부터 오르기 시작해 낮에는 37도 초반을 보이더니 23일 월요일부터는 낮에는 37도 중반을 찍기 시작했다. 의사는 우선 37도 후반으로 체온이 측정되거든 해열진통제를 먹으라고 권했고, 이후부터는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만 의사의 권고에 따라 복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개 37.5도가 미열과 발열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열이 전혀 없던 것이 점차 미열 증세를 보이다가 23일 월요일부터야 발열이 감지되는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외에 특이한 근육통이라든지 오한은 없었다. 앞으로는 인후통은 점차 하강하되 기침가래가 심해지고 이따금씩 열이 오름으로써 두통을 가끔 호소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봐야 2-3일 정도 앓으면 그만일 것 같고.


무증상 감염이란 극히 드물거나 혹은 경미한 통증을 거의 자각하지 못한 채 그냥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적어도 나는 무증상 감염은 아니었고, 다만 운좋게도 그 증상이 격리입원 뒤에야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최대가 되는 시점이 보통 증상이 발현되기 2-3일 전부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의 코로나19 검사 및 확진시기는 굉장히 애매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단순접촉 및 밀접접촉을 한 200명 이상의 인원에 대한 검사 진행 결과를 전달받았을 때에는 모두가 음성이라고 했지만, 현재 자가격리 중인 밀접접촉자 (화, 수, 목요일에 가까이서 식사 및 모임을 가졌던 인원) 중에서 추후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 방심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임상적 상황에 비춰봤을 때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좀더 힘이 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오늘로서 격리입원 5일째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