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원김밥이라는 완주군에서 유명한 맛집 김밥 식당에서 입사 동기 박사님들이랑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교회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서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무교인 한 박사님에게 '아마 테스트를 해 보면 박사님은 무조건 장로회보다는 감리회 쪽에 더 가까운 걸로 결론이 날 거에요!' 라고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그리고 장 칼뱅(Jean Calvin)의 개혁주의를 집약적으로 요약한 소위 튤립(TULIP)을 언급했다. 튤립이 무엇이냐?


- T: total depravity (전적인 타락)

- U: unconditional election (조건 없는 선택)

- L: limited atonement (제한적인 속죄)

- I: irresistible grace (거부할 수 없는 은혜)

- P: perseverance of saints (성도의 견인)


다 언급하긴 힘들지만, 어쨌든 참다운 장로회 교육을 받아 온 사람이 아니라면 저 다섯 명제에 선뜻 동의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저 말들을 따르자면 인간은 아무런 선을 행할 능력도 없는 천하의 못된 망나니에 불과한데 이것을 수용하고 긍정한다는 데에는 수치를 무릅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지금은 성공회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하고 있지만 칼뱅의 개혁주의(reformed tradition)는 내 이성 속에 굉장히 뿌리깊게 박혀 있고 아마 평생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튤립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형제자매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주님을 믿고 하느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헌신하는 성도들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안의 다양성(diversity)은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교단이라고 질시해서는 안 되고, 약간 다른 모습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70억 인구 하나하나가 다 다른 심성과 성격을 가진 것처럼 그들에게 임하는 하느님의 모습도 70억 만큼이나 다양하고 다채로운 법이니까.


그나저나 내 예상대로 그 박사님은 모두 칼뱅주의와 전혀 반대되는 선택을 하였다. 그래서 우리 박사님은 감리회를 찾거나 혹은 천주교 성당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낫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물론 교회는 아니 가실 생각이라지만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