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난 주말동안 완주에 머물러 있었다. 이유인즉, 일본어능력시험(JLPT) 2019년 2회차 응시일이 바로 어제, 12월 1일이었기 때문. JLPT 시험을 치겠다고 마음먹은 건 올해 봄이었는데, 그냥 취미삼아 연구원에서 지원하는 금액으로 일본어 인터넷 강의를 듣던 중, 지속적으로 들어서 시험까지 치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수험급을 N2로 하면 너무 버거워질 것 같았고, 그래서 그나마 도전할 만했던 N3를 목표로 5월부터 강의를 매달 하나씩 듣기 시작했다. 연구원에서 일하는 특성상 복습을 하거나 강의를 듣는 것 외에는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하기는 무척 힘들었고, 정작 시험이 가까워진 10월, 11월에는 공부를 거의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11월이 가까워져서는 처음 일본어 책을 볼 때보다는 확실히 향상된 실력을 지니게 되었음을 확신할수 있었다.


나름 노력한 덕인지 어제 시험에서 1교시 언어지식 파트는 굉장히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다. 원래 참고서나 모의고사를 봐도 독해는 거의 다 맞는지라 큰 부담이 없었고, 가장 앞 시험이었던 문자/어휘 파트는 예상보다 쉽게 나와서 시간이 남아돌 정도였다. 문법 파트는 약간 까다롭긴 했는데, 그래도 아는 내용이 비교적 많이 나와서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2교시 청해. 진짜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총 28개의 문제 중에 '답이 이거다!' 하고 확신이 든 것은 5개 정도 되려나...? 과락을 면하려면 최소 9~10개는 맞혀야 안정권일 듯한데, 왠지 그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보는 내내 낭패감에 절어서 제대로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으니 원.


그래서 1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기분이 무척 상쾌했는데, 2교시 끝나고 시험장인 전주 서신중학교를 나설 때에는 짜증이 가득한 상태였다. 뭐 물론 애초에 청해 파트가 무척 약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이 파트를 정복하겠노라고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청해 파트를 이렇게 죽쒔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래도 차를 몰고 복귀하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금세 기분이 풀렸다. N3를 따는 것이 지상 목표인 것도 아니고,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가볍게 생각하면 되고, 만일 불합격하면 청해 파트만 보완해서 다시 치면 되지. 일본어 텍스트를 읽고 한자를 익히는 것에 재미를 느끼면 되는 거지, 안 그래?


시험 결과가 나오면 여기에 자세히 상황을 또 올리긴 하겠지만,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 내 목표 중 하나는,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N2를 따는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