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부터 연구원 근처에 있는 봉동골프연습장에 등록해서 시간이 날때마다 가서 1-2시간 정도씩 자유롭게 치고 온다. 연습장을 경영하시는 나이 지긋한 분이 관리도 맡아주시고 어떻게 치는지 알려주시면서 자세 교정도 해 주시고 하는데, '그런 거 프로골퍼에게서 배워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쳐 보는 게 중요한 거지 완벽한 폼으로 프로골프선수와 같이 라운딩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싸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그냥 근처에 있는 곳에 등록해서 다니게 되었다. 봉동골프연습장은 연구원으로부터 4분 거리에 떨어져 있으며, 석달에 40만원을 내고 다니고 있다.


갈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느낌이다. 한시간 열심히 헛질을 하다가 집에 가기 직전에 허리를 이렇게 돌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또 한시간 열심히 헛질을 하다가 채를 이렇게 꺾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오늘도 뭔가 새로운 것을 깨달은 것이 잔디 위에 놓여진 골프공을 때리기 위해서는 바닥을 쳐야한다는 사실. 나는 왜 지금까지 공을 치려면 채가 바닥에 수직한 원을 그리면서 휘둘러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프로골프 선수들의 결경기를 보면 공을 칠 때 바닥을 내리찍으니까 잔디가 푹 패이는 것인데 말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니까 과감하게 채를 내리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손목으로 돌리며 채를 밀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니까 조금 더 나아졌다.


물론 그것을 깨달은지 얼마 안 되어 연습시간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내일 가면 또 다 잊어버린 상태에서 시작하겠지. 이건 마치 sawtooth 형태의 실력향상을 보이는 것과 같다. 연습이 마쳐갈 때쯤이면 뭔가를 깨달은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한데, 다음날이 되면 이미 초기화되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꽤나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공이 채에 맞아서 멀리멀리 날아갈 때 그 뭔가 짜릿한 쾌감이 있다. 역시 운동은 이렇게 배워야지. 나도 어렸을 때 축구와 농구를 누군가에게서 체계적으로 폼을 배우고 익혔다면 더 좋아했을텐데 말이다. 주변 어르신들과 박사님들이 젊었을 때 골프하는 게 좋다고 늘 입을 모아 말씀하시니 충동적(?)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어쨌든 스스로 즐기고 있는 것을 보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연습해서 나름의 실력도 쌓고, 아버지와도 라운딩을 도는 여행을 하면서 효도도 해야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