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전주에 있는 한 병원에 찾아가 척추 검진을 받았다. 최근들어 다리가 저린 현상이 잦았고, 특히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면 100% 다리가 저려 한번쯤은 다리를 쭉 펴며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만(?) 정상적인 좌식(坐式) 생활이 가능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이거야말로 허리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조언해 주었고, 하루 마음먹고 내원하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9시에 진료 시작이라고 해서 9시 5분쯤에 도착했더니 글쎄 나이 지긋하게 드신 어르신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 인파 사이에서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내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X-ray 부터 찍었고, 이어진 상담 끝에 ― 비록 X-ray 사진에서는 디스크(disc)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추가로 촬영하여 정밀하게 검진하기로 결정했다.


MRI는 실로 내 몸을 대상으로 한 NMR이었다... 내 몸의 모든 양성자들은 1.5T의 자기장 속에서 위쪽이냐 아래쪽이냐 하는 갈림길에 놓였고, 시시때때로 쏘아대는 펄스에 이리 풀리고 저리 풀리고 하였다. 물론 내가 촬영의 순간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물리화학 수업 시간 때부터 배워 온 이 이론적인 상황들을 몸소 상상하며 촬영을 하노라니 기분이 매우 오묘했다. 세상 참 좋아졌구만, 굳이 해부하지 않서도 내부의 모습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볼 수 있다니.


다행히 허리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젊은이에게서 흔히 기대할 수 있는 아주 말끔한 척추 사진이 나왔다며 좋아해(?) 주셨다. 허리를 구성하는 뼈 사이사이에 희멀건 바둑알들이 보였는데 이것이 소위 디스크라고 하셨다. 디스크에 포함된 물로 인해 자기공명영상에서는 하얗게 보이는데 ― MRI는 양성자의 스핀을 관찰하기 때문에 물이 있는 곳에 신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옆에서 보나 위에서 보나 단면 사진으로는 디스크의 형태가 온전하며 어디론가 이탈한 흔적이 없으므로 디스크 문제는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주셨다. 심지어 약물이나 주사와 같은 처방도 없이... 하지만 그냥 가기엔 뭐하니까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고 하셨고, 나도 온 김에 그런 비수술적 치료는 받아보는 것이 좋다 생각하여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어쨌든 모든 것을 마치고 돌아오니 기분은 홀가분한데... 그렇다고 다리 저림이나 허리의 불편함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래도 자세를 바르게 하고 특히 운전석에 앉을 때의 자세에 더 유의해야 하겠다. 물론 KIST 입사 이후 의자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시간이 몇 곱절이 늘긴 했는데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도 하고... 만일 괜찮다 싶으면 일어서서 사무 작업을 할 수 있는 보조 사무 기구 구입을 고려해 보아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