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숙사 지하에서 운동을 하면서 뉴스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북한과의 대화와 타협, 그리고 화해가 어느때보다도 강조되는 이 때 ― 왜 비슷한 정신을 일본에는 적용하지 못하는 걸까? 일본이 끼친 해악과 북한이 끼친 해악은 적고 많음을 계량(計量)하기 힘든 성질의 것이지만, 변치 않는 것은 그건 이미 100여년 전의 과거(過去)라는 것이다. 한민족에게 흑역사와 치욕을 남겨주긴 했지만, 냉정히 말해서 지금을 사는 우리 세대 훨씬 이전의 일이다. 그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해봐야 (다시 한 번 강조하여) 엄밀히 말하자면 바뀔 것은 없다. 우리는 현재(現在)를 살고, 미래(未來)를 살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의 경우는? 이것은 현존(現存)하는 골칫거리이다. 2, 30대 청년들 중 북한을 일본보다 가깝게, 혹은 북한을 일본보다 더 생산적인 파트너로 바라볼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요즘 세대 사이에서는 왜 통일(統一)해야 하냐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가 북한과 통일해야 하는 이유는 사실 교육을 통해 은연(隱然)중에 각인된 사명과도 같다. 겨레의 화합, 민족의 진정한 자주독립... 뭐 이런 거창한 것들이랄까. 내 요즘 드는 생각에는 북한과의 통일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건설 및 토목 산업의 흥기(興起)로 인한 경제 활성화 정도? 그러니까 이것은 북한을 일종의 남한의 식민지(植民地)로 삼아 막혔던 돈줄기의 흐름을 풀어내고 새로운 공급 시장을 창출해낸다... 뭐 이런 정도로만 생각이 될 뿐이다 ― 요즘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대해 벌이고 있는 사업보다 더한 착취구조의 형태를 띤 채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듣고 부르며 자랐기 때문에 마음 한켠에는 '아무리 그래도 통일은 되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70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 격인 북한과의 대화는 낮은 기대수익을 가지고 끈기있게 임해야 한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이들은 적어도 확실한 기대수익이 있는 상대이고, 국제사회의 신의(信義)라는 것이 있는 선진국 중 하나이므로 북한에 들일 노력의 절반만 들여도 관계 개선의 폭이 어마어마할 것은 분명하다. 왜 똑같은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부르짖으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한없이 사람들이 이렇게 관대한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이렇게 전체주의적으로 싫어하는 것인가. 반대로 이야기하면, (우리 아버지처럼) 일본에 관대한 사람들은 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는 굉장한 인내심이 요구된다는 것을 왜 애써 부정하려 하는가.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70년 전에 대한민국을 향하여 총부리를 겨눠 전국토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북측 정부의 잔악한 행보에 대해 '냉전이 본격화되던 역사의 흐름상 어쩔 수 없었다'고 입을 다문다면, 110년전 제국주의 야욕을 드러내며 대한제국을 강제병합시켰던 일본제국주의의 행보에 대해서도 '제국주의가 옳은 것으로 여겨진 19세기말, 20세기초 역사의 흐름상 어쩔 수 없었다'고 눈감는 것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은 없을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한쪽을 친일파(親日派)로 몰아세우고, 다른 한쪽을 종북세력(從北勢力)으로 매도하는 이 한심한 추태(醜態)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가.


즉 이것은 양비론(兩非論)이자 양시론(兩是論)이다. 우리는 양손을 가지고 있으니 양손을 뻗어 위에 있는 이웃과,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이웃과 같이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