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현재진행중인 이 초대형 연예계 스캔들 관련 기사를 읽어보며 우리 사회에 암약하고 있던 각종 어두운 면들이 드러나는 것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다. 물론 이런 것들이 있었을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클럽에서 마약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더라, 각종 불법적으로 촬영 및 유통되는 포르노 영상이 있더라, 사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매매가 횡행한더라, 뭐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도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만천하에 까발려 졌으니 탄식을 내뱉을 뿐이지,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런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당장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우리의 상상력이 얼추 비슷하게 현실을 그려내는 것 같지 않은가? 문제는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이지만.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몸담으며 많은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던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어떤 것이 옳고 사회적으로 바른 것인지, 어떤 것이 그르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것은 아무래도 헛되고 어려운 일인걸까? 그들이 사는 삶은 그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무척 다르기에 우리의 황금률과 그들의 황금률은 달라 마땅한 것인지. 승리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 것일까? 결국 자기에게 손가락질하는 일반인들도 돌아앉아서는 자신의 클럽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 담긴 영상 파일을 찾아 혈안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듯이, 이번만 참으면 그동안 벌어놓았던 돈으로 (남들의 귀에 소식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만) 즐기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이, 이제 연예계에서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이런 것도 열병처럼 앓는구나 그러는 듯이, 뭐 그렇게 관조하지는 않을까?


사실 무엇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히 여기저기서 들리는 현실의 이야기로는 클럽에서 술과 마약을 하며 리듬에 맞춰 신나게 놀다가 맘에 맞는 사람이 생기면 하룻밤을 즐기고 가는 것이 그 바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는 것은 하는 그들이 범법자인 건지, 아니면 방조하는 그들이 범법자인 건지, 아니면 그렇게 즐기지 못하는 내가 바보인 건지. 물론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그렇게 정답대로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하나씩 깨달아가는 요즘, 그런 일탈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일탈 없이 사는 것을 장려하는 사람들이 왜 어떤 이들의 일탈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관대한 것인지, 그리고 그 일탈로 인한 징벌이 별 것이 아니라는 뉴스 기사가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허망함 비스무레한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적당히 즐기며, 적당히 일탈하며, 적당히 체면을 차리며 사는 것이 손해 없이 사는 삶인가?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슬프게도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즐기고 일탈하며 체면 차리는 방법도 잘 모르겠거니와, 지금까지 그래봤더니 피해만 도로 입은 것 같아서 말이다. 사실 어떻게보면 저것도 대단한 삶이다. [물론 여기서의 '대단한'의 뉘앙스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그 '위대한'의 뉘앙스이다.]


아무튼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사람들은 저 '적당한' 선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방자히 행동했기 때문에 그 죗값을 치루는 것이리라. 그리고 애초에 이 사건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물론 앞으로도 계속) 좋게 봐 줄만한 청정한 구석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이 스캔들이 끝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전국민의 마음에 뭔가 깊은 울림 하나는 남기고 뉴스 무대에서 퇴장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