뵐때마다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를 언급하시길래 대관절 이게 어떤 책인가 싶어 다소 충동적으로 구입했던 게 지난주였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이 내가 미네소타 대학으로 떠나기 이전이었으니 벌써 3-4년은 된 듯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유발 하라리는 이후에 책 두 권을 더 집필하였고, 교보문고에서는 세 권의 책을 한 질로 묶어 팔고 있었다. 저 묶음을 살까 고민도 했지만, 일단 처음 나온 책을 읽어봐야 뒤이어 시리즈를 읽을지 말지 판단하고 혹시 모를 과소비를 막을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첫 권인 '사피엔스'를 샀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외견상 굉장히 두껍게 보이는 책의 크기에 비해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내 기숙사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ㅡ 그리고 굉장히 더디게 책장이 넘겨지는 ㅡ 장 칼뱅의 책 '기독교 강요'는 '사피엔스'의 두께와 비슷하지만, 한 쪽에 인쇄된 철자의 밀도는 거의 1.7배 정도가 된다. 그리고 책이 더 쉽게 잘 읽힌다. 번역이 탁월한 것을 넘어서 이야기의 흐름이 굉장히 치밀하게 잘 이어진다. 논리 전개에 분절이 적다보니 책장 넘어기는 속도만큼이나 이해의 효율도 빠르다.


저자가 소개해주는 올바른 인류 진화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인류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굉장히 흥미롭다. 예를 들면 농경생활에 대한 시각이라든지, 이데올로기도 종교에 포함하는 생각이라든지. 더구나 그 주제가 내가 관심 있어하는 종교 및 과학을 포함하게 되니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가 없었다.


다음주 중에 아마 이 책을 다 읽게 되겠지만, 이 책은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게 될 것 같다. 나이 들어서 읽은 책들은 거듭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 사람의 저작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ㅡ 일단 부담이 적고, 또 다시 곱씹어 소화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