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정말 정신이 없었다. 매일같이 이별을 준비하는 이벤트(?)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저녁 늦게까지 실험실에 있으면서 일을 마무리하는데 정말 노랫말처럼 '24시간이 모자라'였다. 물론 하루에 1시간씩 더 주어졌다고 해서 딱히 더 잘 해낼 수 있었을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예정된 대로 9월 12일 오전에 미국을 떠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지금은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공항의 탑승구에서 토론토(Toronto)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 도착하면 지난 2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미국에서 느꼈던 바를 소상히 남겨서 훗날 출국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 적어도 미네소타로 가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포닥으로 생활했던 그 기간이 내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만큼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굉장히 뜻깊은 경험일 테다.


떠나기 전에 참 많은 사람들로부터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 우리 멋진 Ellison 연구실 사람들, 미네소타 대학에서 함께 연구한 한국인 박사과정 및 포닥분들, 다른 연구실에서 일하시는 연구원들, 교회 신자분들 등등등. 한국으로 가게 되는 것을 언제나 늘 항상 바랐고 또 좋은 일로 미국을 떠나게 되는 것이라서 미니애폴리스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 안타깝다든지 혹 섭섭하다든지 하지는 않았지만 이 은혜를 어떻게 하면 다 갚을 수 있을지 생각하니 막막하다는 생각이 오히려 들었다. 다음해에는 서울과 미니애폴리스간 직항로가 개통된다고 했으니 앞으로 미국에 갈 일이 있으면 무조건 미니애폴리스를 들러 모두에게 꼭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


어제(9월 11일)부로 미네소타 대학 계약이 종료되었으니 공식적으로 이번 달 말일까지는 백수가 되었다. KIST에서 일을 시작하면 이제 앞뒤 돌아볼 여유도 없이 연구에 매진하느라 정신 없겠지? 그전까지 주변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짧은 휴식의 시간을 누려야겠다. 돌이켜보니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이때까지 장장 25년여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내왔는데 이제서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작 ― 이것을 축복이라고 믿으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