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보스턴에서의 미국 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로건(Logan) 국제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 뉴욕으로 향했다. JFK 공항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저녁 7시정도 되었던가, 수하물을 챙기는 곳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저쪽 계단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기 시작했다. 바로 과테말라에서 외삼촌 가족을 만나고 미국으로 입국한 내 부모님과 이모. 과테말라에서 한국으로 돌아 가시기 전 미국에서 나와 함께 며칠간 여행을 하기로 계획했었고, 이를 위해 비행 일정을 상호 조정한 결과 이렇게 타지에서 가족이 극적으로(?) 상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첫 여행지인 뉴욕에는 23일부터 26일까지 머물 계획이었지만 23일 늦게 도착한데다가 26일은 일찍 공항으로 나가야 했으므로 실질적으로 뉴욕 여행이 가능한 날짜는 24일과 25일, 이렇게 이틀 뿐이었다. 나야 이번이 네 번째 뉴욕 방문이기 때문에 별다른 욕심같은 것은 없었지만 이곳을 찾은 부모님과 이모는 모두 뉴욕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름 어느 정도의 기대는 하고 계셨을 터. 그런데 나이가 60대에 가까워지는 이 어르신들을 상대로 젊은 애들이 다닐 만한 곳을 정력적으로 돌아다니게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이니 동선을 짜고 방문지를 설정하는 데 고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은, 일단 음식은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다 따르자는 것이었고 ― 그 결과 정말 충격적이게도 뉴욕에 머무는 기간 동안 먹은 저녁은 각각 일식, 중식, 그리고 한식이었다. 솔직히 정말 끔찍했다. ― 여행지는 많이 잡지 않는 것으로, 그리고 투어 버스 티켓을 사서 다운타운 버스 투어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버스 투어는 좋지 않은 결과를 보았으며 그 돈이면 차라리 메트로를 타고 열심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이 더 나았으리라는 결론을 얻었다.


첫 날에는 월가의 상징과도 같은 황소 동상과 증권거래소를 둘러보았고, 브루클린(Brooklyn) 다리를 직접 건너 사진 찍는 장소로도 유명한 덤보(Dumbo)에 갔다. 타임스퀘어(Times Square)에도 둘러보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민스코프 극장(Minskoff Theatre)에서 유명 뮤지컬 중 하나인 라이온 킹(Lion King)을 보았다. 다음날에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거닐었다가 버스 투어를 돌고 중간에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 무역 센터 지역에 조성된 기념 공원에 갔다. 성 패트릭 성당에서는 혼배성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성 토마스 성공 교회는 아쉽게도 문이 잠겨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에 올라가 강 너머 저편으로 아득히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석양에 물든 뉴욕 시가지를 눈에 담고 근처 코리아타운에서 무려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 거듭 말하지만, 이건 어른들의 결정이라서 따른 것이지 내 개인 여행이었으면 절대로 택하지 않았을 저녁 메뉴였다! 그런데 하루 정도 시간이 더 있다면 좀 더 볼만한 곳들을 돌아다녔을텐데, 아무래도 어른들이다보니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은 기피하셔서 그닥 괜찮은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딱히 스포츠 경기가 진행되고 있지도 않았고... 사실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기에 여행 자체의 품질(?)은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좀 더 알찬, 내실 있는 여행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다소 남았다. 물론 지난 세 번의 여행동안 가보지 못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센트럴 파크를 가볼 수 있어서 나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하하.


26일 오늘에는 미니애폴리스로 장소를 옮겼고, 숙소에서 짐을 푼 뒤 경전철을 타고 몰 오브 아메리카(Mall of America)에 가서 이곳저곳 둘러본 뒤 녁을 먹었다. 내일은 학교 캠퍼스와 스톤 아치 브릿지(Stone Arch Bridge) 근처를 돌아보며 내 생활 근거지를 보여드릴 예정이다. 부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