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12시 반 즈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시아나 항공측에서는 항공 지연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모든 승객들에게 $100 에 해당하는 바우처를 추가로 제공했다. 꼭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긴 했지만 승객들의 불편에 정성을 다해 배려하는 모습이라고 여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바우처는 출국시 기내 면세점 물품 구입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광명 고속철도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서 3번 버스를 탄 뒤 중앙시장에 내려 안양집으로 향했다. 의외로 미니애폴리스만큼 덥지는 않았으나 수십 kg 에 이르는 짐들을 함께 끌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집에 도착했을 때는 땀이 비오듯 했다. 마침 어머니는 조카를 봐 주러 시흥의 동생 집에 가 계셨고, 아버지는 원주에서 일을 마친 뒤 저녁에 안양으로 오신다고 했다. 오랜만에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르고 들어간 텅 빈 안양집. 병환으로 고생하시던 할아버지가 늘 누워계셨고, 늘 조선TV를 보시던 할머니가 거실에 항상 앉아계셨던 그 곳이다. 집 벽에는 여전히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서예 작품이 걸려 있었고, 냉장고 옆면에는 살아생전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어렸을 적 사촌동생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잠시간의 감상도 사치였다. 얼른 샤워를 한 뒤 밖으로 나가 우선 핸드폰 정지를 해제했다. 멍청하게도 한국에서 쓰던 유심 칩을 미니애폴리스에서 분실하는 바람에 새로 유심 칩을 구매하고 장장 2년간 정지되어 있던 핸드폰을 다시 살렸다. 핸드폰이 제대로 작동하고 왼쪽 위에 SKT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 있는 것을 보고난 뒤 안양에서 5531번 버스를 타고 문성초등학교로 향했다. 걷고 걸어서 나타난 일양택배 구로지점. 준비해간 비자 관련 서류뭉치를 한꺼번에 드리고 내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주소지를 적은 뒤 사무실을 나왔다. 부디 아무 문제 없이 비자 갱신이 되어 새로운 비자 스탬프가 여권에 찍혀 나오기를!


지금은 잠시 근처 카페에 앉아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열기를 식히는 중이다. 곧 안양집으로 되돌아가 가족들과 재회를 준비해야지. 글쎄 뭘 먹게 되려나. 떠나기 전에는 뭐 별로 먹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먹고 싶은 것들이 갑자기 마구 생겨났다. 예를 들면 회라든지, 개고기라든지, 쌈밥이라든지... 당장 오늘 하루 경험한 것만으로도 몇십분간 신나게 떠들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들끓는 환희를 잠시 접어두고 차분하게 하루를 보내야겠다.


아참. 면접 시간이 공지되었는데, 화요일 점심 시간 직전으로 결정되었다. 면접 마치고 근처 맛집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한국행을 스스로 치하해야 할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