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에 IPrime 이라는 일종의 산학협력 심포지움에서 포스터 발표를 했고, 지난 주초에는 이곳 고분자 관련 연구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되어 개최한 National Graduate Polymer Research Conference 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포스터 발표를 했다. 자꾸 같은 내용으로 포스터 발표를 하려니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또 지루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해당 내용은 8월 보스턴에서 열리는 미국 화학회 (American Chemical Society, ACS)에서 구두 발표로 진행하게 되는데, 아마도 이 때를 마지막으로 콩기름 관련 연구 발표는 더이상 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완전히 발표를 안 한다는 게 아니라, 다른 주제로 연구 발표를 하면 좋겠다는 의미이다.)


보스턴에서 열리는 미국 화학회 일정을 계획함과 동시에 부모님과 이모의 미국 방문 일정을 짜고 있다. 세 분은 내가 보스턴에 있는 동안 과테말라에 있는 외삼촌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고, 미국 화학회를 마치는 날인 8월 23일에 우린 모두 뉴욕의 John F. Kennedy 국제공항에서 함께 만나기로 되어 있다. 3박4일간 뉴욕에서, 그리고 2박3일간 미니애폴리스에서 휴가를 함께 보낼 예정인데, 양 도시에서 무엇을 할지는 순전히 내 결정에 따르신다고 했다. 예전에 조지아에서 가족여행을 한 이후 무려 4년만의 가족 여행이다. 너무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은 어르신들의 체력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양할 예정이고 기왕이면 굵직한 장소들을 천천히 돌아다니는 것으로... 게다가 지금까지 나는 여행할 때마다 늘 호스텔이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묵어왔지만 어른들의 사정상(?) 그렇게 힘든 일을 짊어지게 해 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사상 처음으로 괜찮은(?) 호텔 숙박을 결정했다! 미니애폴리스의 경우 현재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있는 더블트리에 예약을 잡았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경전철에서 멀지 않은, 그러나 너무 가깝지는 않아 전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어른들에게는 꽤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주로 생활하고 연구하는 대학 캠퍼스도 보여드리고 곧 이사갈 스톤 아치 브리지 (Stone Arch Bridge)의 풍경도 보여드리고 로링 (Loring) 공원과 이웃한 곳에 있는 조각 공원,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거대한 호수인 브데 마카 스카(Bde Maka Ska ― 칼훈 호수(Lake Calhoun)의 새 공식 명칭이다.)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학기에 한국에 있는 대학 몇 군데에 지원을 했는데, 단 한 곳에서도 좋은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뭐 크게 실망스러운 것이 아닐 것이, 이번 학기는 첫 지원이었고, 게다가 여러모로 불리한 점도 많았다. 안타깝긴 하지만 별로 좌절감도 들지 않고 멘탈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지금 정리하고 있는 연구들과 작성하고 있는 논문들을 빨리 마무리 지어서 다음 학기 지원에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얼추 계산해보니 잘하면 제1저자로 두 편이, 그리고 공저자로 네 편 정도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뭐 정말 그렇게 된다면 임용이 되든 안 되든 미네소타에서 값진 일들을 해 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우리가 교수가 되려고 연구하나, 연구를 하고 싶으니까 연구하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