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시험기간(試驗期間)이 되면 가을의 야릇한 흥취(興趣)에 절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건 꽃피는 봄에도 마찬가지이고 매미소리 무덥게 들려오는 여름에도 마찬가지이며, 사실은 설경에 사로잡힌 겨울에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중요한 건 시험기간이라는 사실.

오늘 National Instrument에서 진행하는 '서울대학교 LabVIEW 무료강좌'가 301동 109호에서 있었다. 내가 평생에 301동에서 수업을 들어볼 수나 있나 싶었는데 오늘에야 그 소원을 풀게 된 셈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LabVIEW냐고?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지금 수강하고 있는 '전자학 및 계측론' 수업에서 11월부터는 LabVIEW로 수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서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최근 이공계 연구실의 대부분의 프로그램 코딩이나 전자 계측(計測) 장비 제어(制御)에는 LabVIEW가 사용된다고 한다. 미래가 불확실한 학부생에게는 이것저것 모두 익혀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여름방학 때 C언어를 나름 혼자 공부한 것은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물론 책을 다 볼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주어지지 않아서 결국 포인터를 자습하다가 중도에 하차해야했지만, 이번 학기에 통계열역학 계산 프로그램을 Maple로 돌리거나 양자물리 숙제를 미처 몰랐던 Mathematica의 여러 함수들을 이용해서 푸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오늘 LabVIEW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다.

무료강좌는 약간 늘어지는 듯한 분위기였으나 LabVIEW 자체는 매우 놀라운 언어였다. 세상에, 그래픽 기반의 컴파일러라니. 여타 언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것을 이용해서 온갖 장비들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격주간 화요일마다 강좌가 있는데 꼬박꼬박 들어서 나중에 위해 요긴(要緊)하게 학습해 두어야겠다.

수업 중간에 LabVIEW를 이용해서 로봇이나 전자장비를 제어하는 것을 시연(試演)하는 동영상이 나왔다. 정말 대단했다. 특별히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닌다는 어떤 사람이 시연회 동영상에 나왔는데 실제로 이 시연회에 나갔던 강좌 연사는 이 한국분이 영어를 정말 잘해서 놀랐고, 시연회 프로그램을 정말 잘 준비해서 놀랐으며, 그들이 만든 DarWIN이라는 로봇의 기능이 상상 이상으로 매우 뛰어나서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한국인 대학원생의 영어 실력은 매우 뛰어나서 정말 이 사람이 한국인이 맞나 싶기도 했다. 그들이 만든 DarWIN이라는 로봇은 걸어다니면서 공도 차고, 혹은 골키퍼로서 공도 막고, 혹은 악수도 하고, 심지어는 학습을 하거나 여러가지 형태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등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존재였다.

정말 부러웠다. 존경(尊敬)스럽기도 하고, 또 지금 내게 큰 도전(挑戰)이 되었다. 최근에 'Sigma'라는 전기공학부 로봇 동아리의 전시회에 갔을 때 받은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자연과학도의 연구와 공부가 로봇을 만드는 공학도의 그것들과는 다르겠지만 그 열정과 열심만큼은 공부하는 사람 누구나가 다 똑같을 텐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면서 미정이 누나와 앞으로 어떤 Lab에 들어가서 연구를 할지, 혹은 화학부나 물리학부 중 어느 대학원을 가야 할지, 앞으로 뭘 하고 지낼지 등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했는데, 정말 내년은 치열(熾烈)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 고학번 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대로라면 군에 입대해야 했을 나지만 지금 이렇게 계속 공부를 하겠다고 고집(固執)한 이상 제대하고 나올 다른 사람들이 고생하고 애 쓴 것보다 더 열심히 해서 그 기간 동안에 뭔가 만들어 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마음을 다잡고 살아가야지. 꿈 많은 학부생에게 불가능(不可能)이란 없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