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영화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틴(Harvey Weinstein)의 성범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미국의 SNS 계정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대한민국에서도 점차 확산되는 모양이다. 연극영화계에 만연한 성범죄가 폭로된데 이어 오늘 아침에는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여의도를 견인할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이 수면 위에 떠올라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과 그를 비판적으로 주목하던 사람들 모두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나도 아침에 기사를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이게 사실인가 몇 번이고 다른 신문사의 기사를 대조하여 읽어보았다. 이미지가 좋던 정치인이 한순간에 범죄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보다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의 잘못된 행태들이 MeToo 운동을 통해 드러나게 될지 궁금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러다가 남아나는 사람이 없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세상에 만연한 성범죄는 '이성으로 짓누르지 못한 개인의 그릇된 성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왜곡된 위계 및 서열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배웠다. 따라서 연극영화계, 문인계, 정치계 등에서 봇물 터진 듯이 쏟아져나오는 성범죄 폭로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사회 구조가 얼마나 경직된 수직적, 권위적 구조인지를 여실하게 드러내는 일련의 사건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MeToo 운동을 지켜면서 '저놈 잘못했네.'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해당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행동이긴 하지만, 그와 더불어 왜곡된 사회 구조에 뿌리 깊히박혀있는 덜 떨어진 인권의 현장을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깊이 성찰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만 비로소 MeToo 운동이 단순한 폭로전이 아닌, 우리 사회의 발전과 성숙을 촉진시키는 진정한 인권 운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꼭 떳떳하게 지낸 것은 아닌 것이, 나야말로 남자들의 사회에서 횡행하는 온갖 왜곡된 성 담론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잠재적 공범이 아니던가? 남을 비웃기보다는 성과 관련된 인권에 대해 재고하는 시간, 성찰하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