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약 6주간 여기 실험실로 잠깐 파견나와 연구를 진행했던 텍사스 주립대 박사과정생이 있었다. 그가 떠나기 전날 자기에게 전달된 학교 알림 메일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내용인즉 강력한 허리케인 Harvey가 접근중이며 멕시코 만 연안의 도시들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와 개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이주 기간이 겹칠 것이므로 굉장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만해도 Harvey의 허리케인 풍속 등급은 1이었지만, 텍사스에 접근하기 직전부터 급성장하여 등급이 4가 되었고, 열대성 저기압이 이렇게나 급격하게 무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굉장히 놀라게 만들었다. [참고로 사피르-심슨 허리케인 풍속 등급(Saffir-Simpson Hurricane Wind Scale, SSHWS)에 따르면 1등급은 풍속이 119~153 km/h 이고 4등급은 209~251 km/h이다.] 아니나다를까, Harvey는 텍사스의 연안 도시들에 물폭탄을 떨어뜨렸고 옆 주인 루이지애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


그런데 Harvey가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되어 루이지애나를 통과하고 있을 때 내 이목을 끄는 다른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대서양 동쪽지역에서 새로운 허리케인 Irma가 형성되었다는 것이었다. 각종 기상 소식통들은 허리케인은 발생 초기부터 규모가 남다른 허리케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해왔는데, 이는 Irma가 전형적인 '카보 베르데 허리케인(cabo verde hurricane)'으로서 아메리카에 상륙하기 전에 수온이 높은 대서양 지역을 충분한 시간동안 지나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 예견은 실현되었고, 현재 Irma의 등급은 4이다. 그리고 이 초대형 허리케인이 강타할 소(小) 앤틸리스 제도(諸島)에는 이미 허리케인 경보가 내려진 상태이다.


초기에는 Irma의 진로에 대해 유럽과 미국의 예측이 크게 달랐고 시시각각 계산값이 너무 크게 바뀌었지만, 현재는 대체로 허리케인의 예상 진로가 일치하고 있다. 무시무시하게도 이 허리케인은 대(大) 앤틸리스 제도 위쪽을 지나며 서진(西進)하다가 플로리다 남부에서 방향을 틀어 북북동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 예상대로라면 이 거대한 태풍이 플로리다를 종단한다는 뜻인데 허리케인의 규모가 크게 약화되는 행운이 없다면 플로리다는 큰 참사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태풍의 여파는 플로리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며 미국 동부 해안가에 차례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인데 조지아, 캐롤라이나도 방비를 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것은 최근 트위터와 미국 기상청 사이트 등지를 돌아다니며 얻은 정보로 작성한 것이다. 왜 이렇게 이 허리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Irma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어쩌면 난생 처음으로 열대성 저기압의 일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해보는 예가 될지도 모르겠다. 뭐, 기상 현상 자체는 무척 흥미롭고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주제이긴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디 허리케인 예상 진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방비를 잘 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