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총 3개인데, 아마 여름 중에 두 개가 추가될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당장 이번 주중에 상대편 랩 대학원생과 미팅을 할 예정이고, 다른 하나는 늦어도 7월 중에는 합성 단계를 진행하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내가 총 관여하는 프로젝트는 무려 5개가 된다. 물론 현재 진행하는 두 개의 프로젝트가 여름 중에 종료가 되면 부담이 확 줄긴 하겠지만, 일이 자꾸 가지를 쳐 나가다보니 프로젝트별로 들이는 소위 맨파워(man-power)가 현격히 줄어들게 되어 능률이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학부생 친구가 여름에 인턴으로 늘 일하게 되었기에 일을 분담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도 거의 저녁 6시 반까지 합성 세팅을 하느라 늦게까지 랩에 같이 있었는데 낮동안 내가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이 일 저 일 다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얘를 방치해 둔게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녁을 사 주었다. 이렇게 내 일을 분담할 수 있는 애들이 두어명은 있었으면 더 좋으련만. 요즘은 정말 아침 8시반부터 저녁 7시경까지 쉴새없이 일하고 주말에도 학교에 정말 당연하게 가서 실험을 한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밤 10시 반에 랩에서 퇴근했으니 말 다 했다.


그래도 할 일이 많은 것이 그렇게나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물론 생산성 있는 일에 집중해서 논문을 뽑아내는 것이 나중 커리어를 위해 중요하긴 하지만, 박사후연구원으로서 '일을 한다는 것'에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할 일을 챙긴다는 게 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모두가 알다시피 해외로 포닥을 나온 것은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서긴 하지만, 적어도 명목상 우리는 또다른 연구, 깊은 연구를 하기 위해 포닥을 하는 거 아닌가. 조금 거창하고 실리 없는 공허한 말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대의를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자.


사실 내가 전혀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일들이 한꺼번에 내게 쏟아진다는 사실이 무척 버겁게 느껴지곤 한다. 게다가 매일같이 나를 좌절시키는 이상한 실험 결과들이 불쑥불쑥 등장하는지라 좌절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언제 힘들었냐는듯이 일에 매진하면서 또 좋은 결과 한 두개에 환호작약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 연구자들은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와 같은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