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미니애폴리스로 거처를 옮길 때 태평양을 건너가면서까지 가져간 책은 (성경을 제외하고) 세 종류였다. 하나는 외국어 교본들, 다른 하나는 전공 서적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교양 도서들이었는데, 그 마지막 분류에 해당하는 책은 오직 세 권뿐이었으니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그리고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였다.  공교롭게도 세 권 모두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권에 포함되는 책들이었다.


이 세 권의 책 중에서『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완독했지만 고전 그리스어의 번역 자체가 워낙 어렵게 되어 있어서 그런지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가져왔고 ― 물론 미국에 온 이후로 한 번도 펴보질 못했다. ― 정약용의 책은 선물로 받은 것일뿐만 아니라 제목 자체가 현재 상황을 조망해주는 느낌마저 들어 주저하지 않고 가져왔다. 이에 반해 『부분과 전체』는 별다른 이유없이 그냥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 가져왔는데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 장(chapter)씩 읽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아직까지는 정말 부분밖에 읽지 않았다.


이 책이 내게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은 인문학자가 아닌 자연과학자, 그것도 이론물리학으로 양자역학의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긴 하이젠베르크가 저자라는 점이었다. 이 책은 20세기 초중반, 격동의 물리학 발전 시대를 사는 자연과학자들의 사고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책 내용이 좋아도 서술하는 사람의 글솜씨가 형편 없었다면 이렇게 널리 번역되어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글쓰기에 약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하이젠베르크는 거기서 벗어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직 석 장밖에 읽지 않았으므로 전체의 내용을 알지는 못하겠지만, 몇몇 장에서 등장하는 원자 세계에 대한 100여년전 청년들의 토론 내용을 읽노라니 저런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는 게 참 복이었다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하이젠베르크가 나이 스물에 물리학 대가인 닐스 보어(Nils Bohr)를 만나 산책하며 얘기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5장은 아인슈타인과의 대화를 담은 것 같던데 천천히 조금씩 읽어가며 하이젠베르크가 원자 세계의 어떤 부분을 보았고 또 원자 세계의 어떤 전체를 마음에 담았는지 알아나가보아야 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